[누리호 3차 발사 성공] `황혼 뚫고` 우주로 솟아오르자 관람객들 환호와 탄성
18분 58초간 비행·위성 사출 성공
텐트·돗자리 동원 명당 선점 치열
발사 성공에 태극기 흔들며 감격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25일 오후 6시24분 우주로 이륙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발사 이후 1단 분리,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2단 분리부터 8기의 탑재위성 분리까지 모든 비행 절차를 수행했다. 이번 3차 발사는 지난해 성공한 2차 발사와 달리 더 낮은 고도 550㎞를 목표 궤도로 삼았다. 2차 발사 때 위성모사체(더미위성)와 성능검증위성이 탑재됐던 것과 달리 실제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8기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무거운 더미위성으로 인해 탑재 중량이 모두 1.5톤에 달했던 2차 발사 때와 달리 3차 발사는 가벼운 실용위성들이 실려 탑재 중량이 504㎏에 그쳤다. 탑재체별로 보면 차세대 소형위성 2호 180㎏, 부 탑재위성 7기 60㎏, 위성사출장치 및 어댑터 264㎏이다.누리호 3차 발사는 당초 전날인 24일 오후 6시24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준비 작업 도중 오후 3시께 지상의 극저온헬륨 공급용 밸브를 제어 장치에 통신 문제가 발생하며 발사가 취소됐다. 이후 항공우주연구원은 약 14시간에 걸친 밤샘 작업 끝에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이날 오전 중 누리호 발사 재도전을 공식 발사했다.
○…누리호는 이륙 후 125초가 지났을 때 고도 64.5㎞에 도달해 1단을 분리했다. 이륙 234초 뒤엔 고도 204㎞에서 페어링 분리, 272초 뒤엔 고도 258㎞에서 2단 분리를 진행했다.
발사가 하루 미뤄지긴 했으나 발사 예정 시각은 그대로 오후 6시24분으로 유지되며 누리호는 당초 예정됐던 발사 준비 절차를 그대로 진행했다. 오후 3시40분부터 추진제(연료·산화제) 충전 작업을 시작해 1시간35분 뒤인 오후 5시15분께 충전 작업을 모두 마쳤다. 오후 5시14분부터는 누리호를 발사대에 수직으로 세우는 데 활용된 발사체 기립 장치 철수를 시작했다. 발사 10분 전인 오후 6시14분부터 미리 프로그램된 발사자동운용(PLO)이 가동되며 발사관제시스템이 자동으로 이륙 전까지의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발사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누리호 3차 발사의 목표 궤도인 550㎞에는 이륙 783초 뒤인 오후 6시 37분께 도달했다. 이 지점에서 가장 거대한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1차 분리됐다. 이후 20초 간격으로 져스택,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위성들을 분리했고,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도 분리하는 데 모두 성공했다. 위성 분리 순서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 → 져스텍의 'JAC' → 루미르의 'LUMIR-T1' →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 → 도요샛 1~4호 순이었다. 위성분리가 모두 끝난 시간은 발사 923초(15분23초)가 지난 오후 6시39분께였다. 누리호는 이같은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이륙 후 약 1138초(18분 58초)가 지난 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비행을 종료했다. 누리호에서 분리된 1단, 페어링, 2단은 한반도 남쪽에서 각각 430㎞, 1585㎞, 2804㎞ 떨어진 해상에 추락했다. 과학기술 정보통신부는 오후 6시42분 누리호의 비행이 종료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를 타고 우주로 올라간 위성들은 지상 환경 관측, 우주 날씨 관측, 우주방사능 측정, 국산 우주기술의 우주 환경 검증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1년 동안 연구원들이 흘린 땀방울이 '누리호 발사 성공'이라는 결실로 되돌아오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누리호 3차 발사를 앞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는 역사적인 순간을 눈에 담기 위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팡이를 짚고 온 어르신부터 고사리손으로 부모를 따라나선 미취학아동까지 이들은 발사 시각인 이날 오후 6시 24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당초 발사 예정일이었던 전날에 비해 찾는 이는 눈에 띄게 줄었으나, 관람객들은 전망대 초입에서 나눠 받은 태극기를 연신 흔들며 성공을 기원했다.
일부 관람객들은 조금이나마 더 가까운 곳에서 발사체의 모습과 궤적을 보기 위해 텐트와 돗자리, 캠핑용 의자 등을 이용해 '명당'을 선점하기도 했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고자 전망대 내부에서 자녀들을 가르치는 학부모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한 학부모는 전망대 3층에 자리한 우주도서관에서 초등학생 자녀에게 우주 관련 서적을 읽어주며 발사체의 구조를 알려주기도 했다.
과학고 진학이 목표인 강원지역 중학교 3학년생 김서진(15)군은 "학교에 남아 심화 과학반 수업을 들을 정도로 과학에 관심이 많다"며 "이 역사적인 순간을 눈에 담고 싶어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누리호가 순수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 만든 것인 만큼 발사에 꼭 성공해 우주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했으면 좋겠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발사 시각이 다가올수록 관람객들은 들뜬 표정과 함께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관람객들은 누리호가 치솟을 예정인 나로우주센터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찍고,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가리키며 '장관이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온 초등학교 6학년생 이예원(10)양은 "어제 갑작스레 발사가 취소됐던 이곳에서 하룻밤 잤다"며 "동생 꿈이 미합중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인데, 오늘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희망을 담은 작은 손을 꼭 쥐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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