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각만 하면 웃음 나와”...재미 본 한국인들, 이번엔 ‘엔화’로
주식으로 수익낸 ‘일학개미’
엔화 강세 노리며 투자 늘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4월 24일~5월 24일) 일본 증시에서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헤지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금액은 679만달러다. 해당 ETF는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의 경우 한국에서 달러로 해외주식거래를 통해 직접 살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일본 시장에서 사들였다. 일본에서 살 경우 엔화로 사들일 수 있어 향후 엔화 강세에 따른 평가 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에다. 상품명에 들어있는 엔화헤지란 표현은 해당 상품의 수익률이 엔화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인들은 국내에 상장된 일본관련 ETF도 사들이고 있다. 증시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엔화 반등에만 베팅하는‘TIGER일본엔선물 ETF도 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TIGER 일본니케이225 ETF’에는 23억원이 유입됐다.
엔화 가치가 전날(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9엔대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저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모습이다. 엔화는 올해 초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 기대감에 127엔대까지 올랐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신임 총리가 당분간 금융완화정책 기조를 고수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선 향후 미국 금리 인상 종료와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로 엔화 가치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금융정책을 정상화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 예상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약세를 유지하던 엔화가 하반기 미일금리차 축소로 강세 전환할 수 있단 설명이다.
편득현 NH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현재 미일 금리차는 더 벌어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국 금리 인하를 예상하며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라면 엔화 투자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일본은행이 사실상 일본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 범위의 상단을 0.25%에서 0.5%로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연초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또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치를 웃돌면서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올들어 닛케이225 지수가 19% 오르면서 일본 증시가 33년만에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것도 엔화 약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주가 상승만을 기대하고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RBC 캐피탈 마켓의 수석 외환 전략가 아담 콜은 “일본 주식의 초과 수익은 일본 엔화가 더욱 약해졌기 때문이며 일본 내 정책이나 경제적인 성과와는 관련이 적다”고 주장했다.
콜 전략가는 그 근거로 닛케이225 주가 상승률을 절대치가 아닌 ‘MSCI 세계 지수’와 비교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 지수는 23개 선진국 증시에서 중대형 주식들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최근 30년간 일본 증시는 가장 많이 성장했다기 보다는 중간정도의 성적을 냈다”고 콜 전략가는 설명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 지배구조 개혁, 주주환원 정책 강화, 낮은 밸류에이션과 변동성 등을 최근 상승의 이유로 들지만 그보다는 환율 효과가 더 설명력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본 주식의 성과가 엔화 대비 달러 가치와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콜 연구원은 “이같은 가정이 맞다면 (엔화는 당분간 약세를 유지할 것이므로) 일본 주식이 계속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이 좋다고 해서 환율이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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