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실습 온 풀무고 학생들

한겨레 2023. 5. 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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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풀무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세명이 우리 농장에 와서 농사 실습을 하고 있다.

풀무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실습지로 보내면서 마음을 많이 쓴다.

우리도 학생들이 우선 진짜 농사가 무엇인가 알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맞는다.

우리 농장에는 하루나 이틀 농사실습 오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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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창]

실습 온 풀무학교 학생들이 우리 식구들과 함께 괭이로 고구마 심을 두둑을 만들고 있다. 원혜덕 페이스북 갈무리

[삶의 창] 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월요일부터 풀무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세명이 우리 농장에 와서 농사 실습을 하고 있다. 다음은 담당 교사가 미리 보내준 이 학생들의 간단한 자기 소개문이다.

“건강합니다. 농업을 사랑합니다. 자연을 이용하는 농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농업에 관심이 많고 좋아합니다.” “무슨 일이든 노력하겠습니다. 삽질과 정리 등 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농사를 짓는 우리가 아니더라도, 농업과 관련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고등학생의 이런 말을 듣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풀무고등학교의 정식 명칭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다. 1958년 독립운동가이며 오산학교 설립자인 이승훈 선생의 조카 손자인 이찬갑 선생이 주옥로 선생과 함께 충남 홍성에 설립한 학교다. 이찬갑 선생은 함석헌 선생의 오산학교 동급생이기도 하다. 민족의 살길을 교육과 농업에서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풀무학교를 설립했다. 풀무학교의 교훈은 ‘더불어 사는 평민’이다. 혼자가 아닌 가족과 이웃, 인류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 풀무학교가 추구하는 평민이다. 풀무고등학교는 한 학년 정원이 25명이라 전교생이 80명 정도다. 교사 한사람이 인격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학생의 숫자가 70명 정도라는 말을 따른 것인데, 풀무학교는 실제로 모든 교사가 모든 학생을 알고 있다.

풀무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실습지로 보내면서 마음을 많이 쓴다.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두번씩 농사일을 하지만 실제로 농장에 가서 두 주일을 꼬박 일하는 것은 또 다르다. 우리도 학생들이 우선 진짜 농사가 무엇인가 알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맞는다. 나는 학생들이 농사일을 할 때 ‘실전이다’는 말을 쓴다. 토마토를 줄로 유인할 때 집중하지 않아서 줄기를 부러뜨리면 그 토마토나무는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실전은 농사일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게 하려는 의도로 하는 말이다. 힘든 일도 가능한 하도록 한다. 너무 지칠 정도로 힘이 들면 농사일에 의욕을 잃을 테니 일의 양과 시간은 조절해준다. 어떤 일이든지 끝까지 마무리하게 해서 일 자체는 물론 일을 끝낸 보람도 느끼도록 한다. 이러한 일은 우리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농장에는 하루나 이틀 농사실습 오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많다. 그들의 경우 다양한 학습 활동의 하나로 농사일을 해본다. 그것도 대단하다. 풀무고등학교는 정식 농업학교다. 그렇다고 학생들 자신이 농부가 되고 싶거나 부모가 농부가 되라고 보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리고 자연과 생태를 중시하는 교육, 학생 중심의 교육,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학교라고 여겨 보낼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졸업하고 농부가 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아쉬워하지만.

학생들은 실습 시작 전날 우리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 나는 학생들이 숙소로 쓸 방들을 청소하고 이부자리를 꺼내 손질해놓았다. 내가 준비한 저녁을 같이 먹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 실습지로 우리 농장을 택했는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등. 학생들이 2주간 지내는 동안 하루 세끼 밥과 틈틈이 새참을 준비해주고 일도 같이 하며 특히 마음의 눈을 떼지 않아야 한다. 학생들은 바로 다음날부터 트랙터가 못 들어가는 밭을 괭이로 두둑을 만들어 고구마 순을 심고, 토마토 순을 치고 줄로 유인하고, 토마토밭 고랑의 풀을 매는 등 ‘실전’을 치르고 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남편과 나는 학생들과 마주 앉아 하루의 일과와 농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학생들이 매일 쓰는 실습일지도 읽고 점검해준다.

토마토밭 고랑에 난 김을 매는 학생들. 원혜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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