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제2광우병`으로 만들려는 오염수 선동

2023. 5.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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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후쿠시마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에 대한 거부감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상식과 과학을 외면한 황색언론이 맹목적으로 퍼 나르는 선동적인 억지·괴담이 국민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 자칫 '뇌송송 구멍탁'으로 촉발됐던 광우병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안전하다면 너나 마셔라'는 식의 억지로는 주권국인 일본의 해양 방류를 막을 수 없다. 국제사회의 공감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어민과 횟집 주인에게 돌아간다. 누워서 침 뱉기에 지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매립·소각이 불가능한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후쿠시마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도 처치 곤란한 오염수를 모두 강과 바다로 흘려보낸다. 주방·욕실의 생활하수, 수세식 화장실의 오수(汚水), 농가의 축산 폐수, 산업현장의 산업폐수를 모두 그렇게 해결한다. 방사성 핵종으로 오염된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강과 바다의 놀라운 자정 능력을 믿는 것 이외에 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해양 생태환경을 망가뜨릴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된 오염수는 강·바다에 방류할 수 없다. 1972년의 런던협약이 인류 건강과 해양생물 자원에 피해를 주는 오염수와 폐기물의 해양 투기(投棄)를 엄격하게 금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양 방류가 원천 금지된 것은 아니다. 오염물질을 최대한 '제거'하고, 충분히 '희석'시켜서 국제적인 '방류 기준'을 충족시키면 합법적으로 해양 방류가 허용된다. 방류량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런던협약에 따라 오염수를 처리하고 있다. 오염수를 국제적 방류 기준에 맞도록 정화하는 일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하수처리장과 민간의 오폐수 처리업체가 담당한다. 부유물은 침전시키거나 필터를 이용해서 걸러내고, 오염물질은 화학적·생물학적으로 분해시킨 후에 맑은 물로 희석시킨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자갈·진흙·슬러지로 뒤범벅이 되어 있는 흙탕물이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 보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맑은 상태다. 다만 파괴된 노심에서 녹아 나온 64종의 방사성 핵종이 방류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들어있어서 문제가 된다. 그런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는 것은 명백하게 런던협약 위반이다.

그런데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라고 부르는 대규모의 고성능 정수장치를 통해서 방사성 핵종을 걸러낸 '처리수'를 바닷물로 충분히 희석시킨 '방류수'의 경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방류 기준을 충족하는 오염수·처리수·방류수의 해양 방류는 국제적으로 아무도 거부할 수 없다. 해양 방류를 거부하려면 반드시 사람이나 해양 생물에게 위험하다는 명백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방류수를 해양에 방류하는 대신 식수로 사용하라는 요구는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부끄러운 억지다. 모든 국가가 마시는 먹는 물(식수)에 대해서는 방류 기준보다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단순히 오염물질의 농도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수처리를 하기 전의 원수(原水)의 종류도 제한한다.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원수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국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방류수를 바다로 흘려보내지 말고 농업·공업용수로 사용하라는 주장도 억지다. 시냇물은 강물로 흘러가고, 강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 세상 이치다. 어차피 바다로 흘러 들어갈 농업·공업용수를 통제된 방법으로 직접 해양에 방류한다고 문제가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에 의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수습이 오염수의 해양 방류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해양 방류는 훨씬 더 위험하고 어려운 본격적인 폐로(閉爐) 작업의 시작일 뿐이다. 오염수를 처리하지 못하면 원전 사고의 본격적인 수습은 시작도 할 수 없다. 과학과 상식을 벗어난 괴담으로 일본 국민을 위한 사고 수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엉터리 억지·괴담과 정치적 선동의 피해를 온전하게 떠안아야 하는 우리 어민과 횟집 주인의 절박한 형편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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