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팽동현의 AI인] 국내 첫 초거대AI 출발점… "처음엔 의아해하더니 눈빛이 달라지더라"

팽동현 2023. 5.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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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3 나왔을때 써보고 우리가 안하면 큰일나겠다 싶었죠"
하이퍼클로바X 한국어 강점… "美中 경쟁에도 길 찾을수 있어"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네이버클라우드 제공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지난해 11월 '챗GPT' 등장 이래 세계는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열광하고 있다. 반년 남짓 흐른 현재 국내외 어디를 가도 IT(정보기술)가 주제라면 생성형 AI를 거론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이젠 G7(주요 7개국) 정상들의 회의 테이블에서도 주요 화두로 다뤄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생성형 AI 서비스의 기반이자 중추인 초거대 AI 모델을 자체 보유한 곳은 세계적으로 얼마 없다. 일부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은 초거대 AI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미국·중국 양강에 이은 선두그룹에 뛰어들어 초기부터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정우(46·사진)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국내 AI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SW 기업에 입사해 계열사 사업장 전산실에서 근무했는데, 언젠가부터 좀 더 비중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하고서 학부 때는 한 번도 못 찾아뵈었던 지도교수님께 연락하면서 비로소 이 길을 걷게 됐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97학번인 하 센터장은 삼성SDS 인턴을 거쳐 SW엔지니어로 정식 입사, 2004년 최우수 신입사원에도 뽑혔다. 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2년 가량 다닌 직장을 뒤로 하고 대학원 입학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지도교수였던 장병탁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듬해인 2006년부터 그의 연구실에서 본격적으로 머신러닝을 배우고 다루기 시작했다.

2015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하 센터장은 지금의 둥지인 네이버에 입사했다. "마흔 직전에 결혼도 앞뒀던 터라 다시 취업을 결심했는데, 국내에서 AI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으로 네이버와 삼성종합기술원이 떠올랐다. 삼성 쪽은 이미 다닌 적이 있으니 갈 데가 정해진 거나 다름없던 셈"이라고 그는 말했다.

당시 네이버 사내 연구개발 조직이었던 네이버 랩스에서 그는 딥러닝팀에 소속돼 다수의 논문도 내며 활동을 시작했다. 네이버 서비스에서 각 음악마다 사용자들이 해시태그를 달았던 점에 착안, 이를 기반으로 단순히 가수나 곡명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상황이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해 2017년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하 센터장은 이후 AI스피커 '클로바'를 위한 연구팀이 마련되면서 네이버 AI기술력의 토대를 쌓은 인재들 영입도 맡았다. 지금은 업스테이지를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훈 홍콩과기대 교수 및 성낙호 현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까지 셋이서 시작한 팀은 네이버 AI랩을 거쳐 현재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로 이어진다.

"2020년 여름쯤 GPT-3이 처음 나왔을 때 성낙호 총괄이 알려줘서 클로즈 베타지만 우회해서 써봤어요. 그때는 영어 서비스만 됐는데도 우리가 안했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더라고요. 검색에 접목되면 회사 경쟁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고, 이내 의사결정이 내려져 그해 9월부터 초거대 AI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국내 첫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는 2021년 5월 공개됐다. 국내 초거대 AI 기반 생성형 AI 생태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하 센터장은 "당시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분위기도 꽤 있었는데, 정식 공개 전에 몇몇 한국어 결과물을 보여주니 눈빛들이 달라지더라. 그때부터 국내 다른 기업들도 속속 개발에 들어간 것 같다"며 "한국이 AI 분야에서 치고나갈 수 있도록 기여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에서 나아가 고객의 이용 목적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는 '하이퍼클로바X'를 7월 공개할 예정이다. 초거대AI 기술과 클라우드·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간 시너지를 통해 'AI 전환'을 이끈다는 목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잡은 MS(마이크로소프트)와 기존 AI왕자 구글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네이버의 발걸음도 더욱 바빠진다.'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학습한 게 강점이다.

최근 구글 '바드'가 영어에 이어 한국어·일본어를 두번째로 지원하면서 위기감을 가질 만도 하다. 이에 하 센터장은 "한국어를 잘 쓰는 것과 한국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할루시네이션(거짓말·환각)도 문법적으론 틀리지 않다"며 "글로벌 기업이 확보해 학습시킬 수 있는 양질의 한국어 데이터는 매우 제한적이라 현실 반영 등 측면에서 답변의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다. 반면 양질의 영어 데이터는 풍부하게 공개됐다보니 한국어 응용·변환에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 초거대 AI가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점을 가질 것으로 내다본다. "예를 들어 일본과 동남아는 네이버가 만든 메신저 '라인'의 주력 시장이며, 현지 파트너들과도 장기간 협업해왔다. 특화된 AI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와 기반(파운데이션)모델이 이미 있는 셈"이라며 "글로벌 빅테크끼리, 또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벌이는 사이 우리만의 길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중동 등 독자적인 노선을 모색하며 소버린 클라우드에 관심을 갖는 곳들 또한 잠재적인 수요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거대 AI가 기업 단위 경쟁을 넘어 이젠 국가 단위 문제로 바뀐 것 같아요. 국내 AI 산업 진흥과 관련해 역효과가 날만한 사안은 물론이고 정책이나 법안도 더욱 신중히 다뤄져야 할 때입니다."

하 센터장은 현재 안드로이드·iOS 중심인 모바일 생태계처럼 국내 AI생태계 또한 몇몇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생성형 AI와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결합으로 앱 생태계의 허브가 될 슈퍼 앱을 통해 이런 우려가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는 "보안과 인증 및 결제 관련해 몇 가지 이슈가 남아있지만, 차차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자비스 같은 앱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그때 몇몇 글로벌 기업에 국내 AI생태계가 종속돼있다면 통행세 문제를 넘어 한국의 데이터가 모두 그쪽으로 흘러가고 애써 구축한 마이데이터 등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메타가 공개한 '라마'와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 센터장은 "한국어 데이터를 꽤 많이 모아야 한다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오픈소스 모델의 규모 자체에서 비롯되는 한계가 있다. 특정 영역에 국한된 경우 등 작은 모델이 풀 수 있는 게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큰 모델의 범용성과 확장성에는 못 미친다"며 "작은 모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있다면 잘 쓰도록 기술적 역량을 갖추면 된다. 다만 큰 무대에서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곳이라면 큰 모델이 결과적으로 ROI(투자수익률)도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재 논의되는 AI 규제에 대해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 센터장은 "초거대 AI 기술이 아직은 설익은 부분이 있으므로 AI윤리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 힘든 법적 규제는 다른 문제"라며 "오픈AI가 최근 이런 이슈에 적극적인 이유에는 '사다리 걷어차기' 의도도 포함됐을 수 있다. 글로벌 동향을 지켜보면서 우리 실정에 맞게 점진적으로 보완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는 AI법안은 생성형 AI가 본격화되기 전에 주요 내용이 구성됐으므로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저작권법 개정 또한 AI산업 진흥을 위해 완화한다는 게 한국어 데이터를 원하는 글로벌 기업들 니즈만 충족시켜줄 수도 있다"며 "규제는 조금만 더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술의 초창기를 돌아보면 이런 과도기적 상황이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사이에 네이버를 비롯한 한국 AI산업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하 센터장은 "오픈AI에서도 할루시네이션 문제가 2년 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쯤에 작금의 글로벌 경쟁 결과 윤곽도 드러나리라 볼 수 있다"며 "그때까지만이라도 국내 AI산업 진흥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업계 의견에 귀기울여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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