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알뜰폰 규제 안하면 소상공인 수만명 생계 위협"

김나인 2023. 5.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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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호 KMDA 회장의 경고
KB알뜰폰 184억 손실내며 출혈경쟁… 자본력으로 시장교란
"정부도 무책임… 통신 3사급 시장 점유율·가격 제한해야"
염규호 KMDA(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염규호 KMDA(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KB리브엠'에 시장점유율 제한과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 금지 의무를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적어도 이동통신 3사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금융사에 부여돼야 한다."

염규호 KMDA(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장이 2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당국의 KB국민은행 알뜰폰 '은행 부수업무 지정'과 관련해 조건 부과가 필수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리브엠을 시작으로 '금권 마케팅'을 앞세운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면 이동통신 유통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턱밑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KMDA는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주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KB의 알뜰폰 '리브모바일(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최초로 지정된 금융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으로, 2021년 한 차례 연장을 거쳤다. 이후 지난달 금융위는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인정하기로 의결했다. 리브엠 진출 이후 토스도 지난 1월 알뜰폰 자회사 토스모바일을 통해 데이터를 쓰지 않은 만큼 캐시백을 해주는 혜택으로 가입자 유인에 나섰다. 신한은행, 신협, 하나은행 등은 기존 알뜰폰 사업자와의 제휴 요금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덩치 큰 알뜰폰 사업자들의 등장은 전통 이동통신 유통시장에 직격탄을 던졌다. 협회에 따르면, 리브엠 진출 이후 전국 이동통신 판매점을 통해 유통되는 휴대전화 물량이 종전 22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만 1200만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동통신 판매점은 과거 3만개 정도에서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아 1만5000개 정도에 그친다. 그 결과 4만명 가까이가 일자리를 잃었다. 염 회장은 이동통신 유통산업 전체가 고사 직전에 처했다고 밝혔다.

규모에서 상대가 안 되는 금융사들에 아무 조건 없이 시장을 여는 것은 그나마 생존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미는 행위라는 게 유통협회의 주장이다. 최소한 이동통신 3사에 준하는 시장점유율과 가격제한 조건을 둬야 한다는 것.

염 회장은 "리브엠은 유심(USIM)만 판매하면서 옆에 있는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에 부수 업무 등 일을 다 떠맡긴다"며 "전체 생태계가 살아야 하는데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나 동의도 없이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정부로부터 아무런 조건도 부여받지 않는 게 말이 되나. 정부 역시 무책임한 게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리브엠은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사들이 상품을 주는 도매대가 원가보다 싸게 요금제를 내놔 판매점뿐 아니라 중소 알뜰폰 기업들과도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염 회장은 "리브엠이 가입자 30만명을 넘겼을 때 영업손실이 184억원이었다"며 "손해를 보면서 상품을 팔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협회는 정부측에 금융사들이 도매가 이하로 알뜰폰 요금제를 내지 못하게 하고, 시장점유율 제한도 둘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이동통신 3사 자회사는 관련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통신사보다 자본력이 막강한 금융사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염 회장은 "지금까지 국회와 과기정통부, 금융위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는데 잡상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며 "금융위와 과기정통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핑퐁게임'을 하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손질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단통법은 도입 시점에는 취지가 좋았지만 시장 상황이 바뀐 만큼 수정이 필요하다"며 "배가 나왔는데 입던 옷을 그대로 입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안 맞는 옷은 고쳐 입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혼탁해진 통신시장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돼 올해 10년 차를 맞았다. 소비자들이 지원금 차별을 받지 않도록 일정한 보조금을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어느 정도 시장안정 효과가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모두가 비싸게 사는 결과가 됐다. 세계 유일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이다.

염 회장은 현재 공시지원금의 15%로 정해진 추가지원금 상한을 풀 것을 주장했다. 그는 "추가지원금을 두 배로 올려도 된다. 아예 상한을 없애도 좋다"며 "많이 할인해 팔았다고 범법자가 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환경이 바뀌었으니 원칙을 다시 세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침체된 이동통신 유통시장이 옛날처럼 신바람 났으면 한다"고 했다. 유통협회는 내달 국회 앞에서 단통법 폐지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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