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학개미 … 美국채 ETF 사러 일본 간다

김금이 기자(gold2@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5. 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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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차익 노리고 대거 매수나서
달러당 엔화값 139엔대 최저치
美 금리인상 종료땐 반등 예상
33년만에 최고치 찍은 日증시
엔저 영향도 큰만큼 투자 유의

일본 증시가 3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일학개미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엔화 강세를 노리고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일본 시장에서 사들이거나 국내 시장에서 엔화에 투자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ETF에 투자하는 사람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4월 24일~5월 24일) 일본 증시에서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헤지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순매수금액은 679만달러다. 해당 ETF는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한국에서 달러로 해외 주식을 거래해 직접 매입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일본 시장에서 사들였다. 일본에서는 엔화로 사들일 수 있어 향후 엔화 강세에 따른 평가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에다. 상품명에 들어 있는 엔화 헤지란 표현은 해당 상품 수익률이 달러당 엔화값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채 ETF 외에 일본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엑스 일본 반도체 ETF'도 459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아식스(197만달러) 일본전산(니덱·172만달러) 셀시스(152만달러) 미쓰비시(136만달러) 등도 대거 사들였다. 개인들은 국내에 상장된 일본 관련 ETF도 매입하고 있다. 증시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엔화 반등에만 베팅하는 'TIGER 일본엔선물 ETF'도 6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TIGER 일본닛케이225 ETF'에는 23억원이 유입됐다.

엔화가치가 2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9엔대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저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모습이다. 엔화는 올해 초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 기대감에 127엔대까지 올랐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신임 총리가 당분간 금융완화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약세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미국 금리 인상 종료와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로 엔화가치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에다 총재가 금융정책을 정상화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약세를 유지하던 엔화가 하반기 미·일 금리차 축소에 따라 강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편득현 NH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현재 미·일 금리차는 더 벌어지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미국 금리 인하를 예상하며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라면 엔화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일본은행이 사실상 일본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 목표 범위 상단을 0.25%에서 0.5%로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연초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또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치를 웃돌면서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올 들어 닛케이225지수가 19% 오르면서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것도 엔화 약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주가 상승만을 기대하고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애덤 콜 RBC캐피털마켓 수석 외환 전략가는 "일본 주식의 초과 수익은 엔화가 더욱 약해졌기 때문이며 일본 내 정책이나 경제적인 성과와는 관련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콜 전략가는 그 근거로 닛케이225지수 상승률을 절대치가 아닌 'MSCI 세계 지수'와 비교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 지수는 23개 선진국 증시에서 중대형 주식들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최근 30년간 일본 증시는 가장 많이 성장했다기보다 중간 정도 성적을 냈다"고 콜 전략가는 설명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 지배구조 개혁, 주주환원 정책 강화, 낮은 밸류에이션과 변동성 등을 최근 상승의 이유로 들지만 그보다 환율 효과가 더 설명력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일본 주식의 성과가 엔화 대비 달러가치와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콜 연구원은 "이 같은 가정이 맞는다면 (엔화는 당분간 약세를 유지할 것이므로) 일본 주식이 계속 좋은 성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좋다고 해서 환율이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금이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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