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보유 주식 파는 美사모펀드 큰손들

김리안 2023. 5. 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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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보유 중이던 기업 지분을 헐값에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보유 중이던 데이팅 앱 기업 범블의 지분 10%를 올해 3월 처분한 게 대표적인 헐값 FPO 사례다.

아폴로, 제너럴애틀랜틱,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 등 굵직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모두 투자기업 지분을 공모가보다 저렴하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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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회수한 투자금 67억弗
작년 한해 규모 벌써 뛰어넘어
3분의 2는 공모가 이하로 거래
"더이상 기다려도 주가 안 올라
새 투자처 발굴이 장기적 이득"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보유 중이던 기업 지분을 헐값에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주식시장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값 기다리느니…헐값 처분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대형 운용사들이 기업공개(IPO) 당시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에 보유 지분을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통상 IPO를 통해 투자했던 기업의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이때 수익을 한번에 실현하지 않고 몇 년에 걸쳐 후속거래(FPO)를 시도하기도 한다. 주식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딜로직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사모펀드가 진행한 투자 기업들의 FPO 건수는 평년보다 70%가량 급감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으로 증시 폭락장이 계속되자 투자금 회수 시기를 늦추기로 한 것이었다. 올 들어 운용사들이 다시 FPO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공모 가격을 밑도는 ‘헐값 FPO’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FT는 “이는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당분간 이전 최고치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주가 회복을) 영원히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운용사들이 올 들어 지금까지 유치에 성공한 FPO 거래는 건수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났다. 규모 기준으로는 67억달러다. 지난해 FPO 거래 규모가 63억달러였는데, 올해는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를 압도한 것이다. 하지만 전체의 3분의 2가량이 IPO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더 싼 기업에 새로 투자하자”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보유 중이던 데이팅 앱 기업 범블의 지분 10%를 올해 3월 처분한 게 대표적인 헐값 FPO 사례다. 블랙스톤은 10% 지분을 주당 22.80달러에 공개 매각해 약 3억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2021년 상장 당시 범블의 공모 가격이 주당 43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가량 깎인 것이다. 아폴로, 제너럴애틀랜틱,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 등 굵직한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모두 투자기업 지분을 공모가보다 저렴하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헐값 급매’를 했다고 해서 운용사와 기관투자가가 손실을 본 것은 아니다. 첫 IPO를 통해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은 2019년 범블을 인수할 때 쏟아부은 30억달러를 2021년 상장 등을 통해 이미 거둬들였다. 운용사들로서는 주식 반등장을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보다는 기존 투자 건에서 예상보다 더 적은 수익을 내더라도 기관투자가들에 자본을 빨리 반환하는 게 신규 투자를 도모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헐값 급매에 나서는 운용사 대부분이 현재 새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곳들이다. FT는 “기관투자가들의 돈을 빨리 돌려주고 새 펀드에서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며 “최근처럼 침체된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대폭 할인된 기업들의 지분에 새로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오히려 하반기 공모 시장에 청신호”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통상 IPO는 FPO보다 더 위험한 거래”라며 “FPO 거래가 꾸준히 늘어나면 신규 상장 시장이 회복하는 전조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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