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특권' 국회 포위의 날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는 2010~2015년 대통령 재임 때 월급의 90%를 기부했다. 관저는 노숙자에게, 별장은 시리아 난민 고아들에게 내줬다. 자신은 낡은 농가에 살면서 소형차를 운전해 출퇴근했다. 옷차림도 노타이에 낡은 통바지였다. 하지만 그의 청빈한 삶은 세계에 큰 울림을 줬다.
타게 엘란데르 전 스웨덴 총리도 23년간 총리를 지내면서 관저 대신 서민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았다. 출퇴근도 부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를 이용했다. 그도 20년 넘은 외투를 입고 신발도 구두 밑창을 갈아 신었다. 자신보다 항상 국민을 앞세웠던 그는 스웨덴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이에 비하면 최고 권력자도 아닌 우리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들에겐 헌법상 불체포·면책특권과 함께 1억5500만원 세비, 50평대 사무실, 7명 보좌진이 주어진다. 의정활동 지원 명목으로 매년 9000여만 원도 따로 받는다. 게다가 후원금으로 연 1억5000만~3억원까지 챙길 수 있다. 교통수단 혜택과 출입국 절차 간소화, 해외 공관장 영접 등 각종 지원도 따른다. 임기 4년간 국회의원 한 명에게 드는 예산만 34억원이다. 더 놀라운 건 국회의원이 잠적·구속 등으로 의정활동을 팽개쳐도 세비는 전액 받는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주도하는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이달 31일 유권자들과 함께 2.5㎞의 국회 둘레를 인간띠로 포위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국회가 말로만 '개혁'을 외칠 뿐 스스로 자정 노력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이 직접 국회를 압박해 '특권 포기'를 이끌어내려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 지적처럼, 국회의원은 국민의 공복이지 국민의 상전이 아니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특권에 매달리는 것은 자신들의 사회적 특수 신분을 계속 누리려는 몰염치한 행태다. 자기희생보다 밥그릇만 챙기려는 '금배지'에겐 국민 심판만이 답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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