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이제는 내수 회복이다
경제주체 확신 잃어버리고
다시 성장률 하락 악순환
경기부양 유혹 잘 참은 尹
하반기 정책기조 전환할때
경제가 어렵다. 1분기 우리 경제는 0.3% 성장에 그쳐 지난해 4분기 GDP 감소분(-0.4%)을 만회하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수출 증가율과 무역수지가 동반 감소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매출액 1000억원 미만 상장 중소 규모 기업 700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 매출액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됐고, 절반은 영업적자를 냈다. 동 지표는 전체 기업 실적에 선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고용과 가계 소득 부진이 우려된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관광객 수나 대중 수출 규모 면에서 뚜렷하지 않다.
주요 기관의 한국 경제 성장 전망도 부정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1.7%에서 1.5%로 낮추었다. 올해 남은 두 차례(7월, 10월) 수정 전망에서도 추세를 반전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글로벌 통화 긴축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고통을 겪고 있으므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도 선방하는 것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경기 부양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어 경제를 운용한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한국은행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하고, 재정도 건전 기조를 이어갔으며 감독당국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도모했다. 그 결과,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미국, 유럽보다 크게 낮다. 가계부채는 통계 집계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서 버블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미국 지역은행이 지금 겪고 있는 신용 위험을 우리는 지난해 레고 사태를 통해 기민하게 대응하여 이겨냈다. 부동산 PF, 코로나 대출 상환 등과 관련한 잠재 부실이 남아 있으나, 금융 시스템은 이러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건하다.
1%대의 저성장을 대가로 물가와 금융 안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정책 기조를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이력효과(hysteresis)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잠재 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이 반복되면 경제 주체들이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고 소비·투자 계획을 축소하여 실제 성장률도 떨어질 수 있다. 고용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청년기(20~29세)에 높은 실업률을 경험한 세대가 이후 연령대에서도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높은 실업률을 겪는 이력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지금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하반기 예상되는 대외 여건 개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제유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해외발 물가와 금융 불안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는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수출이 잘되면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국내 경기와 외환시장 안정에도 보탬이 된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고환율을 용인한다는 인상을 주면 미국의 압력 등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면 공들여온 물가와 금융 안정 기반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윤석열 정부가 6월 발표할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에는 내수 경기 활성화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 정부는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정의 탄력적 운용, 부동산 시장 정상화, 기업·금융 규제의 감축 등에 힘써야 한다.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세를 감안하여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정책 전환 의지를 통해 경제 주체들이 하반기부터 내수 경기가 회복되고 내년에는 2% 초반대의 잠재 성장률로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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