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102패 팀이 2년 만에 지구 선두? 텍사스 달라진 '핵타선' 비결은

이창섭 2023. 5. 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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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커스 시미언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텍사스 레인저스가 파죽지세다. 오늘 피츠버그 파이러츠와의 시리즈 3차전을 승리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휴스턴이 맹렬히 쫓고 있지만, 텍사스 역시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텍사스 : 31승 18패 / 승률 .633

휴스턴 : 28승 21패 / 승률 .571

불과 1년 전 텍사스는 5할 승률도 넘지 못한 팀이었다(68승94패). 2021년에는 단일 시즌 팀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102패를 당했다. 올해 보여주는 모습은 환골탈태를 한 것과 다름 없다.

지난 겨울 텍사스는 마운드에만 2억5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제이콥 디그롬과 네이선 이볼디, 앤드류 히니 선발 트리오를 영입하면서 지난해 선발 ERA 25위(4.63)에 그친 약점을 보완했다. 실제로 텍사스는 선발진 ERA 3.25로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이는 어제 시즌 두 번째 완투승을 따낸 이볼디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이볼디의 최근 5경기 피칭

9.0이닝 0실점

8.0이닝 0실점

8.2이닝 0실점

7.0이닝 3실점

9.0이닝 1실점

*4승 ERA 0.86 (41.2이닝 4실점)

하지만 텍사스의 고공비행은 선발진 덕분만은 아니다. 특유의 타선이 폭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 당 평균 득점이 6점을 넘는다. 49경기 평균 6.33득점을 기록 중이다. 두 자릿 수 득점 12경기도 메이저리그 전체 가장 많다. 투수들이 점수를 빼앗기면 타자들이 더 많은 점수를 빼앗아 오는 팀이다.

텍사스는 모든 타자들이 공격을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5억 달러 듀오' 마커스 시미언과 코리 시거가 강력한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하고 있다. 시미언은 '팬그래프닷컴' 아메리칸리그 승리기여도 1위(2.5). 지난주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온 시거는 70타석 이상 들어선 아메리칸리그 타자 중 OPS 3위다(1.009).

중심타자 아돌리스 가르시아는 메이저리그 타점 1위에 올라 있으며, 조나 하임은 수비형 포수에서 공수 겸장 포수로 성장했다(타율 .273 6홈런). 신예 조시 영은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다(타율 .273 11홈런). 리그 득점 상위 10명 가운데 4명, 타점 상위 10명 가운데 역시 4명이 텍사스 선수들이다.

1. 시미언 : 45득점

2. 가르시아 : 41득점

3. 로우 : 37득점

7. 영 : 33득점

1. 가르시아 : 49타점

4. 시미언 : 40타점

7. 영 : 34타점

10. 하임 : 33타점

시미언과 시거는 증명된 선수들이다. 텍사스로 이적한 첫 해 성적은 아쉬웠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선수들이었다. 이번 시즌에 앞서 시미언은 "작년에는 리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모로 부담감이 컸다"는 말을 한 바 있다.

두 선수가 오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더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다수 선수들의 기량이 상승한 건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야를 넓혀야 확인이 가능하다. 그 사이 텍사스는 선수 구성뿐만 아니라 코칭 스태프가 달라졌다.

▲ 팀 하이어스 타격코치

2021년 11월, 텍사스는 새로운 타격코치로 팀 하이어스를 선임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타격코치였던 하이어스는 타자들에게 적합한 발사 각도를 찾아주는 능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보스턴을 떠나 텍사스로 온 것도 성적 부진에 의한 이동은 아니었다. 2021년 보스턴은 경기 당 평균 5.12득점을 올렸다(4위). 팀 타율(.261)과 팀 OPS(.777)는 전체 3위였다.

하이어스는 타자들이 구종을 잘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로 인해 타자들의 브레이킹 볼 대처력이 크게 개선됐다. 하이어스가 보스턴에 있었던 2018-21년, 보스턴은 이 기간 브레이킹 볼 상대 타율이 .242로 전체 1위였다. 같은 기간 텍사스는 26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하이어스가 텍사스로 온 지 2년차가 된 올해, 텍사스는 브레이킹 볼 상대 타율이 전체 2위까지 올라갔다.

브레이킹 볼 상대 팀 타율

0.263 - 탬파베이

0.262 - 텍사스

0.247 - 에인절스

0.236 - 다저스

*슬라이더 & 커브 & 스위퍼 포함

가장 이득을 본 선수가 바로 가르시아다. 지난 시즌 대비 브레이킹 볼 상대 성적이 대단히 좋아졌다. 타율이 .201에서 .271가 됐고, 장타율도 .379에서 .543로 급등했다. 가르시아는 존을 벗어난 유인구를 참아내고 자신이 때려내야 할 공만 때려내면서 한층 더 위협적인 타자로 거듭났다. 아웃존에 방망이를 내는 Chase%가 지난해 37.3%에서 올해 27.8%로 낮아진 점이 달라진 어프로치를 보여준다.

타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지도자는 한 명 더 있다. 텍사스는 하이어스를 데려오기 직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격코치 도니 에커를 벤치코치로 임명했다. 타격 코디네이터도 맡고 있는 에커는 하이어스와 더불어 텍사스 공격의 청사진을 그린 인물이다.

에커는 2021년 샌프란시스코가 성공을 거두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버스터 포지와 브랜든 크로포드가 반등하고, 도노반 솔라노와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 다린 러프 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올해 텍사스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해 샌프란시스코는 이례적으로 타격코치 세 명을 두면서 각자의 전문 분야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돋보인 코치가 에커였다. '베이스볼아메리카' 또한 2021년 올해의 코치로 에커를 선정하면서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상승세는 에커가 지휘한 것임을 알렸었다.

에커는 텍사스에서 경기를 총괄하는 업무를 보고 있다. 이에 경기 계획 모델을 잘 짜야한다고 강조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코치는 경기를 하기 전에 경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어스가 타격 메카닉을 담당한다면, 에커는 기술이 경기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관련해 "선수 장점을 발견하는 것이 1단계라면, 2단계는 그 장점이 팀의 어떤 부분을 높여줄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아무리 잘하는 일이라고 해도 아프리카에서 북극곰을 찾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비유한 적이 있다.

이처럼 올해 텍사스 타선이 좋아진 배경에는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의 노력들이 있었다. 코치들은 책임감을 갖고 변화를 주도했고, 선수들은 믿음을 갖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응답하면서, 텍사스 타선의 토털 베이스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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