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고정금리 대출 목표 부과…'스왑뱅크'도 추진
주금공 역할 확대…변동 선택 어렵게 DSR 세밀화
'조달부터 건전성 관리' 커버드본드 등 활성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목표비중 행정지도 방향을 개편하기로 했다. 그동안 혼합형 대출 확대에 주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장기·고정금리 확대가 뚜렷한 목표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역할도 다양화해 민간의 자체 고정금리상품 확대를 지원한다. '스왑뱅크' 설립을 통해 금융기관의 금리 위험 대응도 돕기로 했다.
자금조달시장 구조도 고정금리 확대에 맞게 개선한다. 커버드본드(은행 등 발행기관이 보유한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 채권) 등 장기채권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변동금리 대출 위험성에 대응하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4일 진행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고정금리 확대 방안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은행에 '고정금리 대출 목표' 부과
국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시장금리가 빠르게 반영되는 변동형이 56%로 절반을 넘는다. 이로 인해 지난해처럼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는 시기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급증했다.
이는 주금공 MBS(주택저당증권) 중심의 정책모기지 시장과 은행·제2금융권 자체시장(변동금리 위주)으로 이원화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금융권은 정책모기지 의존도가 높아 자체 고정금리 취급 유인이 낮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변동금리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당장 금리가 낮은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컸다는 게 금융위 분석이다.
이에 금융위는 고정형 주담대 비중을 늘린다는 복안을 내놨다. 우선 은행이 자체 고정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혼합형 대출 확대 정도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장기·고정금리 확대를 목표로 하는 '신 고정금리 목표비중 행정지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금껏 광범위하게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했던 혼합형 대출도 앞으로는 핵심(Core) 지표(순수고정+5년 주기형 등)를 신설해 실질적인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유인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목표 비중과 함께 최소 수준 지표를 신설해 이를 달성하면 혜택을, 그렇지 못할 경우 일종의 벌칙(페널티)도 금융기관에 부과하기로 했다.
당근책으로는 고정금리 목표 달성 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우대 폭을 확대하는 방안, 변동금리 대출실적을 예금보험료 차등평가 보완지표로 반영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금융 소비자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으로는 고정금리 산정체계 합리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동시에, 차주가 변동에서 고정금리로 전환 시 중도상환수수료를 덜어주는 것도 금융권과 협의하기로 했다.
반면 변동금리 대출은 선택 때 부담이 될 수 있도록 심사체계를 정교화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변동금리의 금리변동 위험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변동금리 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 차주별 적격심사 강화 방안도 검토한다.
스왑뱅크 설립…커버드본드 활성화 지원
고정금리 주담대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금공 역할도 다변화한다. 은행권 자체 고정금리 대출을 위한 적격기준 등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민간 장기채(커버드본드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용보강 등도 지원한다. 지금은 해당하지 않는 상호금융권도 협약기관에 추가하고, 2금융권의 정책모기지 취급 유인도 확대한다.
아울러 주금공의 MBS 발행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금융권의 장기 자금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 수요를 확보하고, 기준 주금공 MBS 투자기관이 커버드본드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키로 했다.
커버드본드 등으로 금융기관의 충분한 금리 위험 대응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스왑뱅크 설립 등 고정금리 대출취급 시 위험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스왑뱅크는 고정금리 대출 취급에 따른 금리변동 위험 헤지(Hedge)를 돕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고정금리 현금흐름을 받고 변동금리 현금흐름을 지급하는 이자율스왑 전문 금융기관이다. 내년 중 세부기능과 재원마련 등 세부 설립방안 검토를 거쳐 2025년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고정금리 취급 활성화를 위해 자금조달시장 구조 개선에도 나선다. 금융기관의 커버드본드 발행 유인을 늘리기 위해 장기채권에 대한 예대율 규제를 완화한다. 장기채권 발행과 공시체계 편의성을 강화하고 투자자에 대한 커버드본드 정보제공도 확대한다.
변동금리를 과도하게 취급한 금융기관에 대해선 건전성 규제를 강화한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대출 특성을 고려해 예대율 등 건전성 규제를 차등적용하고,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약탈적 변동금리 상품에 대한 심사도 강화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정금리 대출 정착은 금융사의 조달구조와 차주의 금리 선호 성향, 제도적 인프라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며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려면 긴 호흡을 갖고 근본적인 제도·관행개선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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