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잔혹살인 딱지' 떼고 국제사회 광폭 행보

이도연 2023. 5. 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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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화해 주도…'시리아 학살자' 국제무대 복귀시켜
미·캐나다 관계개선 이어 앙숙 이스라엘과 수교 가능성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뿐 아니라 서방 국가와도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 등 최근 국제사회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란,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과 단절됐던 외교관계를 복원한 데 이어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지목돼 악화했던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해빙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3월 이란과 중국 베이징에서 비밀 회담을 열어 단교 7년 만에 외교 정상화에 합의하고 2개월 이내에 상호 대사관을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2016년 사우디가 이란의 반대에도 시아파 유력 성직자의 사형을 집행한 사건을 계기로 양국의 외교관계가 단절됐었다.

아울러 사우디는 12년 만에 아랍연맹에 복귀한 시리아와도 지난 9일(현지시간)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상대국 주재 대사관을 다시 연다고 밝혔다.

특히 아랍연맹 정상회의에는 내전 전후 자국민에게 잔혹행위를 가한 '시리아의 학살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참석해 국제무대 복귀를 알렸다.

사우디는 2012년 3월 내전 중이던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한 뒤 미국 진영에 서서 시리아 정부에 대항하는 반군을 지원해왔다.

'시리아의 학살자' 바샤르 알아사드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 등 우방국의 군사 지원으로 국토 대부분을 다시 장악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은 최근 수년간 그와 관계 회복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동의 화해 분위기를 주도한 사우디와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해빙 기류가 감지된다.

24일 AP통신은 캐나다와 사우디가 완전한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새 대사를 임명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사우디가 여성 인권 운동가들을 체포한 지난 2018년 관계가 악화해 사실상 단교 상태에 있었다.

미국도 중국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가 무함마드 왕세자로 드러나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그를 '지구촌 왕따'로 만들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취임 후에도 암살 책임론을 제기해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극도로 냉각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작년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사슬 정체 속에 불거진 심각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상황이 변했다.

미국은 유가 안정, 중동 내 중국 세력확장 견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 증진을 위해 사우디에 손을 내밀었다.

'글로벌 왕따' 외치다 사우디 찾은 바이든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우디는 미국의 증산 요구를 무시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해 산유국 모임인 '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을 주도할 정도로 담력이 커졌다.

OPEC 플러스가 지난달에도 또다시 감산에 들어가자 미 정부는 이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볼멘소리를 내며 끌려갈 정도였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를 잇달아 방문하기로 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불편한 상황이지만 결국에는 해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특히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연내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사우디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자의 평화협정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제다에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과의 수교 문제를 논의했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자리에서 점진적인 진전보다는 군사 지원 강화와 같은 당근이 포함된 큰 틀의 진전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 달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이슬람국가) 퇴치를 위한 글로벌 연합 회의 참석차 사우디를 찾는다.

이 밖에도 최근 사우디는 현재 국제사회의 가장 큰 악재인 우크라이나전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19일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한 AL 정상회의에서 사우디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를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수단 내전 사태와 관련해서는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미 외교관과 가족을 철수시키는 데에 도움을 줬다.

그뿐만 아니라 접점이 없이 충돌을 계속하는 두 군벌을 자국에 불러 민간인을 보호하라는 합의문에 서명하도록 하기도 했다.

중국 중재로 손맞잡안 사우디와 이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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