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이 전세사기 단초가 됐을까[SNU 팩트체크]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5. 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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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 때 무리하게 밀어붙인 임대차3법이 전세사기단의 판을 깔아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임대차3법은 계약갱신요구권이 핵심이라 (전세사기 사태와) 전혀 상관없다.”(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셋값을 폭등시킨 것은 분명히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임대차3법이 계기가 됐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4월 28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심사가 시작되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간 논쟁이 오갔다. 이유는 최근 발생한 전세 사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민의힘 측은 ‘무리한 임대차 3법 입법’을 원인으로 꼽았고, 야당 의원들은 ‘정치 공세’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는 임대차3법 입법 이후 전세가와 매매가 변동, 전문가들 의견 등을 바탕으로 임대차3법과 전세 사기의 연관 관계를 따져봤다.

전세사기는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 없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받아 무분별하게 주택 수를 늘린 임대인들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악성 임대인이 주택 수를 수십 채, 수백 채씩 늘릴 수 있었던 건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 차이가 좁혀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집주인들이 투입해야 할 자기 자본 부담이 크게 줄었다. 전세가의 급등락으로 인해 무리하게 주택 수를 늘린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번 전세사기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임대차3법이 만약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를 좁히고, 전세가의 급등락을 불러왔다면 이는 전세 사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임대차3법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한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차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원할 경우 임대차 기간을 기존 2년에 추가로 2년 연장해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계약 당사자가 계약 체결일부터 30일 이내 소재지 시·군·구청에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임대차2법)은 2020년 7월 31일 시행됐다. 전월세신고제는 계도기간을 거쳐 2024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매일경제는 임대차2법 시행 전과 후의 매매가와 전세가, 전세가율(전세가를 매매가로 나눈 값) 추이를 살펴봤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임대차2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이후 전국 연립주택의 평균 전세가격은 11.5% 상승했다. 직전 1년간 평균 전세가 상승폭은 2.1%였다. 임대차2법이 전세가 급등의 원인 제공을 한 것은 자명한 셈이다. 한편 평균 매매가 상승폭을 살펴보면 2020년 7월 이후 전국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연간 10.4% 상승했다. 2020년 7월 이전 1년간 상승폭(2.9%)과 비교하면 전세가와 마찬가지로 크게 뛰었다.

그렇다면 전세가율 변동폭은 어떨까? KB부동산에 따르면 2020년 7월 전국 연립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68.31%였다. 1년 뒤인 2021년 7월엔 68.65%로 0.3%p 가량 상승했다. 임대차2법이 시행되기 1년 전(2019년 7월) 전국 연립의 전세가율은 68.89%로 1년간 약 0.5%p 하락했다. 임대차 2법 시행 뒤 전세가율은 하락 추세에서 상승 추세로 전환됐다. 임대차2법은 전세가를 매매가보다 더 크게 상승시켜 전세가율을 높이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매가는 전세가 급상승에 따른 후속 효과로 해석된다.

임대차2법은 전세가의 급등을 불러왔지만 이후 제도 안착 과정에서 전세가 급락 요인으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연립 평균 전세가격 1억4568만원으로 6개월 전인 2022년 10월 평균 가격(1억6121만원)과 비교해 약 10% 하락했다.

요약하자면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세가의 급등락과 전세가와 매매가의 갭 축소 현상이 관찰된다. 이와 관련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대차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이 신설돼 세입자들은 저렴하게 전세에 거주할 수 있다 보니 이주 수요가 줄었다. 집주인들은 4년간 임대료 인상이 어렵다 보니 전세가를 한꺼번에 높게 책정해 매물로 내놓게 됐다”며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료가 상승해 보증금을 기반으로 주택수를 늘리는 갭투자가 성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심사 과정에서 ‘임대차3법’이 전세 사기의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임대차3법 도입으로 인한 전세가 상승’ ‘전세대란 상황에서 전세대출 확대’ ‘빌라 시세의 불투명성’ ‘금리 상승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과 전세가 급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세 피해가 발생했다”는 의견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밝혔다.

전세가와 전세가율 추이,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임대차3법이 전세사기 발생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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