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파격’ 노린 트위터 대선 출마 선언···접속 먹통에 ‘타격’
“위대한 미국의 복귀”···트럼프에 도전장
WP·NYT, “어색” “불안한 시작” 꼬집어
첫날부터 순탄치 않았다. 미국 공화당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위대한 미국의 복귀를 이끌겠다”며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파격적인 대선 출정식으로 기획된 트위터 대담이 기술 문제로 20분 넘게 지연되면서 ‘트위터 접속장애’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평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안정성과 통제력을 강조해왔던 디샌티스 주지사의 이미지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날 디샌티스 주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에 담긴 내용보다 트위터 송출 사고를 더 비중있게 보도했다. 당초 이날 오후 6시부터 디샌티스 주지사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 음성 대화 플랫폼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대담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위터 접속 끊김 현상이 계속되다가 라이브 방송이 갑자기 중단됐고, 결국 20여분이 지나 수백명만이 접속한 상태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입을 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했다.
기술 오류는 서버 과부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에 힘입어 트위터를 통해 보수 유권자를 결집하려던 디샌티스 주지사의 구상은 시작부터 비웃음거리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봄 수많은 장애물에 부딪힌 선거 캠페인의 어색한 시작”이라고 논평했고, NYT도 “불안한 시작” “트위터의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사전 녹화 영상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을 맹공했다. 그는 “국경은 재앙이 됐고, 도시엔 범죄가 들끓는다. 대통령은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승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최근 몇 년간 공화당을 감염시킨 패배의 문화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패배 문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한 표현이다. “위대한 미국의 복귀”라는 구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44세인 디샌티스 주지사는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해군 장교 복무 등 미국 사회에서 엘리트로 여겨지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12년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3선을 지냈고,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에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그를 강력 지지해 ‘리틀 트럼프’로까지 불렸지만, 코로나19 기간 방역 완화 문제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주지사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이제는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인종과 성차별 문제 각성을 의미하는 ‘워크(woke)’를 타도 대상으로 삼아 ‘문화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플로리다 각급 학교에서 젠더나 인종차별 관련 수업을 제한해 교육 현장과 갈등을 빚고 있고, 이같은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친민주당 기업 디즈니를 법인세 혜택 폐지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는 임신 6주 이상 임신중단 금지 법안 서명, 중국인의 플로리다 부동산 소유 금지 등 보수층이 좋아할 만한 강경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출마로 공화당 대선 경선을 둘러싼 열기가 고조될 전망이다. 7명의 주자가 난립한 가운데 ‘트럼프 대 디샌티스’ 양강 구도를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기소 이후 보수층 결집에 성공하면서 둘의 지지율 격차는 많이 벌어져 있다. 이날 CNN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 5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6%였다. 다만 현재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하지 않지만 향후 지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0%로 나타나 잠재적 지지자는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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