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당국 “크렘린궁 드론 공격, 러 자작극 아냐···우크라 특수부대 작전”
우크라 특수부대, 독립적 작전 수행
러 인사 암살·본토 공격에 미 ‘당혹’
젤렌스키 승인 있었는지는 불투명
미국 정보당국이 이달 초 발생한 크렘린궁 드론(무인기) 공격을 우크라이나군의 비밀 작전으로 보고 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익명의 정보기관 관리들을 인용해 크렘린궁에 대한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나 정보부대의 작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 정보당국은 이 공격을 확전의 구실로 삼기 위한 러시아의 ‘가짜 깃발’, 즉 위장 작전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으나, 러시아 관리들의 통신을 도청한 끝에 자작극 가능성을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격과 관련한 러시아 내부 논의를 도청한 결과, 러시아 관리들은 드론 공격에 매우 당황하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보당국은 공격의 책임이 자국에 있다고 믿고 있는 우크라이나 관리들의 통신 내역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드론 공격이 구체적으로 어느 부대에 의해 수행됐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작전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3일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크렘린궁 상공에서 두 대의 드론이 폭발한 것을 두고 러시아의 자작극, 우크라이나의 심리전, 친우크라이나 사보타주(파괴 공작) 그룹의 소행 등 무성한 관측이 제기됐다. 2대의 드론은 상공에서 폭발해 크렘린궁에 큰 타격을 입히진 못했으나, 겹겹의 방공망을 뚫고 러시아 최고 권력의 심장부 위까지 날아들었다는 점에서 러시아에겐 상당한 ‘굴욕’을 의미했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5041644001#c2b
NYT는 이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최대 무기 지원국인 미국을 곤란하게 만드는 여러 작전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이런 공격을 빌미로 미국을 비난하고 전쟁을 확대해 보복할 위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면서도 “이런 테러 행위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이 내리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국이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 정보기관들은 드론 공격 외에도 지난해 8월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 암살, 지난달 유명 친러 군사 블로거 암살,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러시아 본토 공격 등에 우크라이나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해 9월 발트해 해저에서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도 친우크라이나 공작원들의 소행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를 겨냥한 공격을 어떤 부대가 수행했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보안국, 군은 각각 자체적인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개별 부대들이 독립적이면서도 경쟁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느슨한 연합’을 구축한 특수부대들이 러시아 안팎에서 자체 인력이나 협력자를 활용해 비밀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젤렌스키 대통령과 군 지도부는 작전 결정을 요원들에게 맡기는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군 수뇌부들은 공격이 발생한 후 작전에 대해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렘린궁 드론 공격 이후 “우리는 푸틴 또는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우리 땅에서 싸운다”고 부인한 바 있다. 지난 22~23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에서 친우크라이나 성향 민병대가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민병대로 알려졌는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이를 두고 “러시아인들에 의한 ‘민족 봉기’”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미 정부의 일부 당국자들은 러시아 내부에 의미 있는 반푸틴 저항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NYT는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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