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취학자녀 부모들, 외벌이·맞벌이 모두 “아내가 가사 더 부담”

유경선 기자 2023. 5. 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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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살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이모씨(35)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손부터 걷어붙인다. 설거지며 방 청소, 육아용품 세척 등 집안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남편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결국은 내가 마무리하게 된다”며 “경제생활은 똑같이 하는데 가사도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점이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미취학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은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여전히 엄마의 가사노동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5일 발표한 ‘2022 서울서베이’ 분석 결과를 보면, 미취학 자녀(만 0~6세)를 둔 가구들 중 아내가 주로 가사를 책임진다는 응답이 맞벌이와 외벌이 가구에서 모두 절반 이상 비율을 보였다. 이 조사는 지난해 서울 시민과 서울 거주 외국인의 일상을 조사한 것이다.

가사분담을 ‘아내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비율은 맞벌이 가구에서 9.5%, 외벌이 가구에서 12.6%였다. ‘아내가 주로 책임지고 남편이 약간 돕는 정도’라는 응답은 맞벌이에서 41.7%, 외벌이에서 66.2%였다. 여성 관여도가 더 높다는 응답이 맞벌이에서도 51.2%로 나타났다.

다만 맞벌이 가구에서는 ‘아내와 남편이 공평하게 가사분담을 나눈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8.0%였다. 외벌이 가구에서는 이 비율이 20.6%였다. ‘남편이 주도권을 가졌다’는 응답은 양쪽에서 모두 1% 미만으로 미미하게 나타났다.

2022 서울서베이 결과 외벌이·맞벌이 형태에 무관하게 여성의 가사부담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제공

여성이 가족 돌봄과 가사노동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벌이 형태와 무관하게 남성보다 높았다. 외벌이 가구 여성이 가사·돌봄이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라고 꼽은 비율은 81.7%였고, 맞벌이 가구에서도 57.4%로 가장 높았다. 반면 남성은 주요 스트레스 원인으로 사회생활이나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다.

2022 서울서베이 결과 여성은 주로 가사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반면 남성은 사회생활과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제공

미취학 자녀가 있는 부부는 미혼·무자녀 부부에 비해 행복지수가 높고 덜 외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20~49세 서울시민은 미혼인 경우 외로움 정도가 10점 만점에 3.84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무자녀 부부 3.78점, 미취학 자녀 부모 3.66점 순이었다. 행복지수는 미취학 자녀 부모 7.03점, 미혼 6.96점, 무자녀 부부 6.84점이다.

보육시설 만족도는 직장 내 어린이집이 5점 만점에 4.44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국·공립 어린이집(3.81점), 민간 또는 개인·가정 어린이집(3.80점) 순이었다.

서울시는 돌봄에 대한 시민 인식도 조사했다. ‘노키즈존’과 관련해서는 자녀 유무나 결혼 여부에 관계 없이 어린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는 비율이 40% 이상으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 거주 외국인들은 서울 시민에 비해 서울살이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의 56.3%가 향후 서울에 살고 싶다고 했고, 57.1%가 서울살이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행복지수는 서울 거주 외국인이 7.07점, 서울 시민 평균이 6.72점이다.

시민 일상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대면 활동이 크게 늘었고, 신용카드 결제 건수와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높아졌다.

서울 시민의 신용카드 결제 건수와 결제금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2022년 더 높아지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서울시 제공

이번 조사는 서울 거주 2만 가구, 시민 5000명, 외국인 2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15일~10월31일 실시됐다. 서울시는 이 결과를 정책 개발과 연구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진만 서울시 디지털정책관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의 삶이 존중받고, 서울에 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정책 개발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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