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포인트 과세 억울해”…줄패소에도 포기않는 기업들, 이유는?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5. 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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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포인트 과세 대상 아냐”
기업들 소송 냈지만 ‘7전7패’
법원 “근로소득과 임금 달라”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기업들이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며 일선 관할 세무서들을 상대로 연달아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조리 패소했다. 기업들은 판결에 불복하고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 계열 회사들이 소송전에 앞장선 상황이다.
기업들 ‘줄패소’…“복지포인트 과세 대상 맞다”
25일 매경닷컴이 올 1~3월 사이 선고된 1심 판결 7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모두 일관된 판단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을 제기한 기업들은 앞서 대법원이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놓자 조세심판원으로 향했다. 그동안 복지포인트가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줄 알고 원천징수한 다음 세금을 납부해 왔지만 대법원 판결대로 임금이 아니라면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법원으로 향한 것이다.

기업들은 재판 과정에서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근로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급여이고 근로기준법에 다른 임금도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금품이기 때문에 동일한 개념”이라며 “대법원이 복지포인트를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만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소득세법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되는 근로소득과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은 서로 유사하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각 법의 목적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소득세법 시행령이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운 복리후생적 수당을 근로소득 과세 대상으로 규정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근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 복리후생적 수당도 과세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설명에 따르면 “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단이 있더라도 근로소득 과세 대상일 수는 있다.

헌재 결정 외면한 법원…항소심 판단 ‘주목’
기업들이 이에 대해 항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들면서 소득세법상 근로소득과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앞서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의 범위와 관련해 “급여에 해당하는 것 모두를 과세 대상인 근로소득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근로의 제공으로 인해 받는 것으로 한정된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법원이 7건의 판결문에서 헌재 결정에 관해 어떠한 판단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항소심에서 헌재 결정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계획이다.

공무원 복지점수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기업들이 강조한 논리 중 하나다. 공무원 복지점수나 사기업 복지포인트는 경제적 실질과 조세 부담 능력 측면에서 볼 때 사실상 동일한데 어느 한 쪽만 과세하지 않는다면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 판단은 모두 같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3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된 한 컴퓨터 시스템 운영·개발 업체의 1심 판결문을 보면 공무원 복지점수와 사기업 복지포인트를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이 드러나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이 판결에서 “고용주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적용 범위·항목·점수부여기준 등을 설정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와 달리 공무원 복지점수는 관련 법령의 제한을 받고 그에 따라 배정된 복지점수 중 상당액을 단체보험 보험료 지급 등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지포인트와 공무원 복지점수를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며 “복지포인트가 공무원 복지점수와 달리 과세 대상인 근로소득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조세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찌감치 소송이 진행된 사례가 있다. 개인 2명이 2018년 7월 국세청·기획재정부·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복지포인트 소득 납세대상 확인 소송이다.

복지포인트 몫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던 이들은 “공무원 복지점수에 대해서만 과세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행정으로 시정이 필요하다”며 “법원에 이 문제를 알리고 국익과 공익을 위해 공무원(일반 근로자 포함)에게 지급하는 복지포인트가 납세의무 대상인지 확인을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주장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법원은 “공무원 복지점수의 소득세 납세 의무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원고들의 권리나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이 야기된다거나 이를 제거하기 위해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삼아 즉시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각하했다.

이 사건은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종결됐다.

팔 걷어붙인 경영계…“법령 개정해야”
올 들어 패소한 7건의 판결 당사자인 기업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1심에서 법리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고 법원 판단을 받지 못한 주장이 남은 만큼 최종심인 대법원에 이르러서야 법적 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화를 중심으로 복지포인트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초 선고된 판결 중 절반 이상이 한화 계열사 사건이다. 한화 계열사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이미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항소장을 제출해 2심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올 초 선고된 판결 7건은 ▲컴퓨터 시스템 운영·개발 업체(3월 30일) ▲한화솔루션·한화글로벌에셋·에이치에스아이(2월 10일) ▲한화시스템·한화임팩트·한화에어로(2월 10일) ▲한영회계법인(2월 10일) ▲경영컨설팅 업체(1월 20일) ▲㈜한화(1월 20일) ▲한화생명보험(1월 20일) 등이다.

경영계는 복지포인트 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령 개정을 건의한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3월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복지포인트도 비과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2023년 세법개정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만약 복지포인트에 과세를 한다면 시행령에 명확히 넣어서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는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해석으로만 (과세 대상 범위를) 넓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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