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이 돌아왔다! 여성 예능 중흥기 오나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과거 2000년대 중반 '여걸식스'나 '무한걸스' '영웅호걸' 등의 프로그램이 한창 제작되고 있을 당시, 여성 예능인들은 더 많은 여성 예능의 제작을 바랐다. 그 이후 여성들의 예능은 2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남성 중심의 리얼 버라이어티 이후에는 각종 관찰예능의 득세로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언니들'이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다. 무엇보다 김태호PD나 나영석PD 등 당대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연출자들에 의해 기획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 유행이 단순히 한 번 반짝하고 흘러가는 물길이 아닌, 큰 경향을 갖고 모이는 호수와 같은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최근 세 편의 여성 예능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가장 먼저 방송 중인 프로그램은 tvN의 '뿅뿅 지구오락실'이다. 지난해 여름 첫 시즌을 방송한 '뿅뿅 지구오락실'은 tvN의 간판 나영석PD와 '삼시세끼' '신서유기' '강식당' '스페인 하숙' 등에 연출로 참여한 박현용PD의 합작품이다.
나영석PD는 해외에서 장사를 하는 '윤식당' '서진이네'류의 예능, 해외여행을 다니는 '꽃보다~' 시리즈에 더해 순수하게 게임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의 유파를 만들었다. TV보다 웹에 먼저 올렸던 '신서유기' 시리즈가 그것이었는데 '뿅뿅 지구오락실'은 그 여성판에 가깝다.
형식은 단순하다. '이어 말하기'나 '연상퀴즈' '물건 지키기' '고깔 쓰고 자리 뺏기' 등 나영석PD의 시그니처와 같은 게임들을 해외에서 한다. 여기에 '토롱이'라는 가상의 토끼 캐릭터를 추가시켜 멤버들을 놀리는 토롱이를 잡을 경우 옥황상제의 선물을 받는 설정을 추가했다.
'뿅뿅 지구오락실'이 단지 '신서유기'에서 성별만 달랐다면 지금의 인기는 없었을지 모른다. '뿅뿅 지구오락실'의 멤버 이은지와 미미, 이영지와 안유진은 훨씬 다채로우면서도 하나로 움직였다. 이들은 캐릭터별로 자주 흩어지던 '신서유기'의 남자들과 달리 공감을 바탕으로 똘똘 뭉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나영석PD에게 자유롭게 대하면서 권력의 역전현상을 줬다. 그 전까지 출연자들과 협상하고 괴롭히던 나PD의 입지는 그저 '나이 많고 눈치 없는 동네 오빠'의 이미지로 격하된다.
김태호PD는 역시 tvN의 '댄스가수 유랑단'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김태호PD 특유의 '세계관 확장'과 '연결'에 기초하는 예능이다. 그는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시절 주목하던 예능인 이효리의 능력을 보고 제주에 살던 그가 서울로 놀러오는 '서울 체크인'을 기획했다. 이효리는 자유롭게 서울을 뛰놀았고, 갑자기 댄스가수 모임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김완선, 엄정화, 보아, 화사를 모은다.
이들의 브런치 모임은 그냥 끝나지 않았다. 하나의 버스를 타고 전국을 유랑하면서 공연을 보여주는 콘셉트는 이효리의 입에서 나왔다. 프로그램은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여자 솔로가수들의 무대를 보면서, 이들의 유랑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여기에 진짜 여성의 힘으로 만들어진 서바이벌 예능도 있다. 30일부터 방송되는 넷플릭스의 '사이렌:불의 섬'은 스튜디오 모닥 출신의 이은경PD 연출작이다. 그 역시 '유퀴즈 온 더 블럭' '알쓸신잡' 등을 연출한 tvN 출신이다. 그는 서해안의 한 섬을 통째로 대여해 스턴트와 군인, 소방, 경찰, 운동선수, 경호 등 각 직군의 4명씩 총 24명의 여성 출연자들을 데리고 팀전으로 자웅을 겨룬다.
이들은 섬 한 가운데 '아레나'라 불리는 원형 경기장 모양의 공간에서의 전투와 각자의 기지를 방어하기 위한 '기지전' 등 다양한 형식으로 맞선다. '강철부대'나 '피지컬:100' 등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는 '피지컬 예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여성 예능들의 특징은 여성이 단순히 출연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없다. 이 예능의 주인공들은 쉴 새 없이 공감하고 서로 연대한다. '뿅뿅 지구오락실'의 멤버들은 각자 따로 활동했지만 놀랍도록 빨리 동화되고, 그들의 춤바람에서 볼 수 있듯 단합력이 강하다. '댄스가수 유랑단' 역시 그러하다. 이효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보아, 화사 등의 서사는 10년을 가볍게 넘긴다. 이들은 댄스음악을 사랑했고, 무대를 사랑한 마음으로 쉽게 뭉쳐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사이렌:불의 섬'이 개인전보다는 팀전을 택했다는 점도 여성 특유의 서사에 연대가 중요함을 증명하는 일이다. 이들은 각자 하나하나의 출연자로 생존하고 배신하고, 모략하기보다는 하나로 뭉치고 직군의 명예를 짊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날이 갈수록 파편화되는 현대사회에서 단합의 신화는 정말 뜻하지 않게 '언니들'의 예능을 통해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미호뎐 1938', 시청자 홀릭시키는 NEW 요괴 열전 - 아이즈(ize)
- 월클이 된 '즈즈'와 '15주년' 샤이니, 역대급 무더위만큼 뜨거운 컴백 - 아이즈(ize)
- 마동석이 온몸이 만신창이인데도 액션훈련 못 쉬는 이유 [인터뷰] - 아이즈(ize)
- '혼성그룹의 자존심' KARD만이 보여줄 수 있는 'ICKY' - 아이즈(ize)
- 불가능한 게 없는 신선급 '연기고수', 김소연 - 아이즈(ize)
- 이나영 "눈물 참느라 힘들어"…'박하경 여행기'로 다시 쓸 인생캐 - 아이즈(ize)
- "SON, 토트넘 결별 암시했다" 7년 만에 최소 골+UCL 좌절 '암울한 시즌' - 아이즈(ize)
- "배지환, 사실상 마이너스 선수" 수비마저 美현지 혹평,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 - 아이즈(ize)
- "맨유, 김민재 7월 1일 바이아웃 발동 전에 영입한다"... '끝판왕' PSG 참전에 다급해졌다 - 아이즈(i
- LE SSERAFIM's UNFORGIVEN is Unstoppable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