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정학적 긴장 높아진다…삼성 파운드리 기회 맞나
삼성 파운드리, TSMC 고객사 이원화 정책 수혜 기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 양상을 띠며 그 불똥이 반도체 산업으로 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모습이다. TSMC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있던 고객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해 다른 공급처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TSMC 추격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입장에선 좋은 기회를 맞았다. 이에 삼성 파운드리와 손을 잡고 있는 밸류체인 기업들도 적극적인 영업 공세를 펼치면서 지배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만 두고 미·중 갈등 격화…TSMC도 영향 불가피
지난해 하반기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격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국제사회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독립 성향의 현 대만 정권(민진당)과 친중국 성향의 야권(국민당) 간의 정치적 갈등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정학적 불안감은 대만의 핵심 수출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대표격인 TSMC를 둘러싼 상황 역시 변화가 감지된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지난해 3분기에 사들인 6000만주가량의 TSMC 주식을 같은 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걸쳐 모조리 내다 팔았다. 증권가에선 매각 배경을 두고 버핏이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가 확산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그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대만보단 일본에 투자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근래 TSMC 고객사 중 또 다른 옵션인 삼성 파운드리와 거래하길 희망하는 수요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TSMC에 종속된 현재의 양산 시스템을 삼성 파운드리로 이원화 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호기 맞은 삼성 파운드리…밸류체인도 지원 나서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 중인 TSMC의 지위가 당장 크게 위협받진 않겠지만 적어도 2인자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TSMC의 국가별 고객사 매출 비중을 보면 미국이 68%로 가장 많고 중국은 약 11%가량 된다.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나라 고객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지하는 차원에서 삼성 파운드리로의 이원화 정책을 본격화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성장세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다.
파운드리 이원화 정책은 애초 미국 TSMC 고객사들이 먼저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TSMC 매출 중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비중(약 23%)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애플을 제외한 AMD와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의 주요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들은 TSMC의 제한된 생산능력을 감안해 삼성 파운드리와 물밑에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 파운드리 밸류체인 기업들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그중 영업의 최접점에 선 전속 디자인서비스 파트너 코아시아의 지원사격이 돋보인다. 디자인서비스 파트너란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이에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코아시아는 불과 3개월 새 TSMC 주요 고객사 2곳의 주문을 따내면서 이들을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로 끌어들였다. 반도체업계는 삼성 파운드리 파트너 중에서도 가장 영업력이 막강한 삼성의 전속 대리점 권한을 가진 코아시아의 뛰어난 영업역량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 중소형 팹리스 고객사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원화 정책을 추진하는 TSMC의 미국·중국 고객사들까지 흡수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는 향후 수년 내 TSMC와 업계 수위를 다툴 정도의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고객사 총량의 법칙에 따라 수요가 이미 공정별로 정해져 있다"며 "삼성 파운드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객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훈 (core81@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