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중국에 반도체 판매 말라”, 미국식 “동맹 공동 대응”
백악관이 중국의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에 동맹국들과 함께 맞서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 감소 공백을 메우면 안 된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입장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2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마이크론 제재는 “분명히 경제적 강압에 대한 주요 7개국(G7)의 강력한 입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라며 “주요 7개국 지도자들이 경제적 회복력과 안보에 대한 첫 성명을 내놓은 이튿날 중국의 발표가 나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에 대한 안보 심사 결과를 내놓으며 주요 인프라 운영자들의 제품 구매를 중단시킨 것은 주요 7개국 정상들이 지난 20일 ‘경제적 강압에 대한 조정 플랫폼’을 구성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말이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이 경제적 강압에 대한 비판에 경제적 강압으로 반응했다고 주장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의 조처에는 “실제적 근거”가 없다며, 미국 상무부가 중국 정부와 이 문제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중국의 조처에 따른 반도체시장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7개국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며 “강압적인 경제적 관행에 계속 맞서겠다”고 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도 제재 발표 직후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백악관의 입장 표명은 전날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국특위) 위원장이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는 데 이용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데 이은 것이다. 그는 “한국도 마찬가지로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마이크론 제재 이후 중국 판매를 늘리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사안이 중국과의 소통 개선 노력에 장애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대중 관계는 “부침이 있는 복잡한 관계”라며 “미국은 중국이 부적절하게 행동할 때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사안이 소통 라인을 복원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을 망치게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마치며 한 기자회견에서 대중 관계가 “조만간 해빙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고위급 접촉이 마이크론 제재 등 양국 관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25일 워싱턴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만찬 회동을 한다고 보도했다. 커비 조정관은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디트로이트에서 왕 부장을 만나는 것을 검토하고, 다음달 2~4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 참가하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과 접촉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만나 양국 관계 현안을 논의하며 고위급 소통 채널 유지를 약속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정부 입찰 자료를 검토한 결과, 2020년 이후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그때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산 구매를 크게 늘렸고, 삼성전자나 에스케이하이닉스 것은 자국 제품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구매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중국 지방정부 등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려고 조달 경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마이크론이 중국의 제재 대상이 된 것은 구매 중단의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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