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귀국 앞둔 이낙연…'태풍의 눈' 될까
돌고 도는 게 세상일이라지만 정치권만큼 극적인 곳이 또 있을까요? 1년 전인 지난해 6월 7일 지방선거 패배로 시끄럽던 민주당에게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날이었습니다. 이날 보궐선거에 당선된 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국회로 첫 출근했고, 비슷한 시각 대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지자들의 울음 섞인 배웅 속에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국가 위기 앞에서 제 책임 다할 것"
지난 22일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년간 방문연구원으로 몸담았던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출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란 책에서 탈냉전 이후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나라가 북핵 위기를 딛고 나아가야 할 외교 정책의 방향과 비전을 풀어냈습니다. 미국 연수의 결과물을 책으로 내는 날이었던 만큼 출판 간담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외교 구상과 현 정부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를 놓고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특파원 간담회의 초점은 이 전 대표의 국내 복귀에 맞춰졌습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현지 교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어느 정당이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러한 엄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데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 "국가 위기 앞에서 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정치 복귀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이 때문에 귀국 전 사실상 마지막으로 열리는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발언이 나올지가 관심이었습니다. 첫 질문은 현재 민주당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였습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고 나름 노력하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 노력의 결과로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원론적인 답변에 다음 질문은 보다 직설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역할을 하려면 출발점은 민주당일 것이다. 민주당의 문제는 뭐라고 보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할을 할 건가'?'라는 질문에 이 전 대표는 "그렇게 세세한 건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책을 쓰고 또 강연을 다니고 했던 그 주제가 저에겐 가장 긴박한 주제였다. 귀국 후에도 언제까지 일진 모르겠지만 그 주제에 집중하게 될 걸로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후에도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평가와 이 전 대표의 역할을 묻는 질문들이 이어졌지만 이 전 대표는 총선 역할론 등 구체적인 행보를 물을 때마다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발언 수위를 종합해볼 때 국내 정치 복귀를 앞두고 굳이 정치권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혔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 체제가 도전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낼 경우, 자칫 당의 위기를 이용해 자기 이익이나 챙기려는 계파 수장으로 비쳐질 수 있단 우려도 작용한 걸로 보였습니다.
사실상 정계 복귀…태풍의 눈 될까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은 정계 복귀가 될 거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말처럼 이 전 대표의 귀국은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걸로 보입니다. 그 어느 곳보다 잔잔하고 고요한 곳이 '태풍의 눈'이지만 그 주변은 바다를 뒤집어 놓을 만큼 강력한 격랑이 몰아칩니다. 본인이 아무리 대국적 차원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에 몰두한다 해도 이 전 대표는 제1야당 민주당에게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검찰 수사와 내부 갈등이란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강력한 당내 경쟁자였던 이 전 대표의 복귀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에게 여당보다 더 큰 위협일 수 있습니다.
대권 도전을 꿈꾸는 지도자로서, 귀국 전 강력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게 현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 마음을 잡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차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잠룡으로 조용히 기다리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될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다음 달 20일쯤이 될 걸로 보이는 그의 귀국에 민주당 지도부가 촉각을 곤두세울 걸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불만을 품은, 특히나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 전 대표를 밀었던 사람들이 그를 중심으로 뭉치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분란을 피하기 위해 이 전 대표가 이를 외면하려 할 수 있지만 관심이 크면 말도 많아지는 게 정치권입니다. 이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을 감안할 때 아무리 작은 모임이나 원론적인 발언 하나도 당내 논란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복귀와 함께 현실 정치로 돌아갈 이낙연 전 대표가 신뢰 잃은 정치권에서 '국민 마음 둘 곳'이 될지, 또 다른 논란의 진원지가 될지는 앞으로 그가 보여줄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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