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송광호 2023. 5.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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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경 옮김.

버튼만 누르면 모든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었다.

음식을 먹고 강의와 음악을 들으며 의료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었다.

휴대전화로 우리는 그때 상상했던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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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노동자가 되었나·땅속의 용이 울 때
책 표지 이미지 [어크로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소설가 E.M 포스터는 1909년 '기계가 멈추다'라는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소설 속에서 인간은 지하의 방대하게 연결된 벌집 모양의 방에서 혼자 살았다.

버튼만 누르면 모든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었다. 음식을 먹고 강의와 음악을 들으며 의료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었다.

100여년 전에 상상했던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휴대전화로 우리는 그때 상상했던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다. 음식을 주문하고, 강의와 음악을 듣고, 병원을 예약할 수 있다.

부작용도 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화면을 몇 시간씩 들여다보느라 눈이 혹사당한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감정도 소진한다. 시시때때로 불안이 엄습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는 심신에 악영향을 준다.

베스트셀러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이기도 한 색스는 팬데믹 3년으로 세상은 더 빨리 디지털화하고 있지만 이처럼 여러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의 가치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어크로스. 400쪽.

책 표지 이미지 [모티브북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인간은 어떻게 노동자가 되었나 = 얀 뤼카선 지음. 전소영 옮김

교수 출신으로 네덜란드 노동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선사시대 농경부터 현재 비정규직 문제까지 다양한 노동 형태를 조명한다.

저자는 근대 이전과 이후의 유럽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에 걸쳐 인류가 발전시켜온 '일의 역사'를 살핀다.

책에 따르면 국가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기원전(B.C) 5천년 전부터 B.C 500년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노동 형태가 나타났다. 수렵·채집, 농사, 노예제, 시장, 자영업자, 노동자, 성별 분업이 등장했다.

B.C 500년부터 16세기까지는 불안정하게나마 임금노동이 전 세계로 확산했고, 이후 19세기까지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달했다. 20세기에는 노동조합이 등장하고 복지국가가 출현했다.

저자는 통시적으로 노동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이주, 노예제, 여가, 교육 등의 문제를 노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모티브북. 608쪽.

책 표지 이미지 [파람북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땅속의 용이 울 때 =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이어령의 유고집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땅속의 용은 지렁이를 의미한다. 화려하거나 주목받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지렁이만큼 인류 역사에 중요한 것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렁이는 흙 속의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꿔 생명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다. 땅속의 숨은 영웅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존재다.

많은 이들이 이런 지렁이를 연구했다. 찰스 다윈이 말년에 공들여 연구한 동물이 지렁이고, 소설가 박완서가 처음 문예지에 내놓은 단편 제목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지렁이다.

저자는 지렁이를 포함해 흙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대 문화부 장관 시절의 일화나 60년 넘게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비법 등을 전한다.

저자와 생전에 가장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던 김태완 작가가 책을 엮었다.

파람북. 23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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