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 톺아보기] 철에서 삶을 본다
[파이낸셜뉴스] 세 사람의 벽돌공이 벽돌을 쌓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벽돌공이 “돈을 벌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다른 한 벽돌공은 “벽돌을 쌓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마지막 벽돌공은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다”고 말이다.
인생을 돌아보면 내가 선택한 일이 처음부터 좋아하고 간절히 원하던 행운인 경우는 흔치 않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의미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자부심을 가진다면 그제서야 일은 고역이 아니라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철의 특성과 역할을 보면서 나는 가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세에 대해 힌트를 얻기도 한다. 고열과 고압에 시달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구조물의 뼈대가 되고, 기둥이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체를 지탱하는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철이다. 쇠가 다른 어떤 것보다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주어진 조건들을 인내하고, 자기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1000도가 넘는 열기와 요란한 쇳소리로 가득한 공장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고철이 가공되어 매끈한 철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 반복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속에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와 기업이 끊임없이 생명을 얻어가는 원리를 깨닫곤 한다.
쇠를 그냥 놓아두면 금방 녹이 슬어 못 쓰게 된다. 쇠로 만든 아주 튼튼한 기계도 끊임없이 돌려주지 않으면 녹이 슬고 쓸모가 없어진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만족하고,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녹이 슬고 망가진다. 뜨거운 열기에 달구어지고 두들겨 맞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기 변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는 생명을 이어가며 성장할 수 없다.
공기는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지만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철도 우리가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철은 인류의 역사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간의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일본에서는 철강업이 왕자 아니면 거지가 되는 일이라고들 말한다. 한창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가도 언제 밑바닥을 칠지 모르는 기복이 매우 큰 사업이 바로 철강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난 시설투자가 필요한 정치산업이어서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투자액은 크지만, 투자에 대한 반응은 아주 늦게 나타난다.
투자 결정 시점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 평상시에 대비하지 않으면 침체기에 극복하기 어렵고 참고 견뎌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게 된다. 이는 우리 삶에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너무 예민한 사람은 아무리 뜻이 있어도 지속할 수가 없고, 끝없는 인내심과 투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멕시코의 원시 부족 타라우마라의 원주민은 달리기를 아주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사냥법은 매우 간단하다. 사슴 무리를 만나면 조용히 다가가서 무리에서 떨어진 가장 약해 보이는 사슴 한 마리를 쫓기 시작한다. 창을 던지거나 화살을 쏘지도 않고 그냥 쫓아간다. 사슴이 아주 먼 길을 달리면 원주민도 멀리 달려간다. 행여 사슴을 놓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오랜 시간 처음 정한 사슴만 쫓다 보면 결국엔 사슴이 지쳐 쓰러진다.
맨발 하나로 결국 사슴을 손에 넣는 타라우마라 원주민처럼 내가 가진 것이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인내하며 집념을 불태우다 보면 언젠가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손에 쥘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견디고 인내할 힘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걸 믿는다면 주저앉고 싶은 순간, 바로 너머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오치훈 대한제강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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