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교통에 있어 안전과 소통, 동전의 양면일까

윤소식 대전경찰청 교통국장 2023. 5.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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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식 경찰청 교통국장

어떤 상황이나 사물에 관해 반대되는 두 가지 성질이 있을 때 흔히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그게 전부인 줄 알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뒷면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은 좋아 보이는 것과 반대되는 점도 있으니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도로교통에 있어서 동전의 양면성이 드러나는 분야를 하나 꼽자면 1순위가 '교통규제'일 것이다. '규제'라는 단어에서부터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누구나 인식하고 있으니 가장 적절한 사례가 아닐까.

최근 '안전속도 5030' 정책에 관한 개선의견이 다양하다. 2021년 4월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는 이 정책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도시지역 간선도로의 속도를 원칙적으로 50km/h 이내로 하되, 이면도로와 보호구역 등 안전상 필요한 곳은 30㎞/h 이내로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정책 도입 초기 운전자들의 반발이 워낙 커서 경찰청에서는 시범운영을 충분히 실시하는 등 사전 준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운전자의 인식도 많이 바뀌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들어섰고 그 결과 교통사고도 감소 되었다.

그렇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 도로 특성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시행되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여론과 함께 개선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제한속도다. 특히 2020년 3월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에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많은 운전자가 단속됨에 따라 불합리한 속도 규제를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찰청 지침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속도를 30㎞/h를 기준으로 하되, 도로 여건에 따라 50㎞/h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의 경우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이 30㎞/h로 규정되어 있어 대전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여러 회의에서나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개선해 달라는 건의가 많았다.

오랜 기간 교통을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의견이 충분히 이해됐다. 넓은 도로에서 어린이 통행이 적고 안전 펜스가 잘 구비되어 있는데도 지나치게 낮은 속도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생각하여 개선을 추진한 바 있다.

도로교통법에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애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교통의 목적은 '빨리' 가는 것인가, '안전하게' 가는 것인가? 빨리 가면 위험해지고, 안전하게 가면 느려지는 것일까? 이 두 가지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교통은 안전과 소통이라는 것에 의해 운영된다.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이 우선시 돼야 함은 당연하지만, 소통 또한 중요한 요소이므로 안전과 소통이 함께 조화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이 지킬 수 없는 규제를 만들어 놓고 단속에만 치우친다면 그만큼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들은 그러한 규제를 경시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의식이 확대되어 규제의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청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제한속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을 가지고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도로여건에 따라 어린이 통행이 많은 곳은 제한속도를 낮추되, 그렇지 않은 곳은 제한속도를 높이거나 시간대를 달리해 현실에 맞게 제한속도를 탄력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교통안전과 소통을 동전의 양면에 비유한 바 있다. 이제 이렇게 생각해보자. 동전의 앞면과 뒷면 모두에 안전과 소통을 함께 새겨놓고, 던져서 앞면이 나오든 뒷면이 나오든 이 모두를 함께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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