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배달

김재근 선임기자 2023. 5. 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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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세종 27년(1445년)의 기록이다.

세종은 한글을 창제하면서 심한 눈병을 앓았는 데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 말을 동원하여 한양으로 초수를 배달한 것이다.

1925년 최영년이 쓴 <해동죽지> 에는 해장국과 비슷한 '효종갱'을 배달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달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4월 배달앱 3사의 이용자가 전년보다 11.9%(395만명)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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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역마로 전의의 초수를 서울로 올려온다 하는데… "

조선왕조실록 세종 27년(1445년)의 기록이다. 세종대왕의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종시 전의면에서 나오는 초수를 운반하여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세종은 한글을 창제하면서 심한 눈병을 앓았는 데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 말을 동원하여 한양으로 초수를 배달한 것이다. 초수는 요즘 사이다처럼 톡 쏘는 물이다.

우리 민족이 먹거리를 배달하여 마시거나 먹은 것은 꽤 오래된다. 실학자 황윤석이 1768년에 쓴 <이재난고>에는 과거를 본 뒤 평양냉면을 시켜 먹었다고 적고 있다. 요즘처럼 시험을 보고나서 뒤풀이로 맛있는 음식을 즐긴 것이다. 1925년 최영년이 쓴 <해동죽지>에는 해장국과 비슷한 '효종갱'을 배달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경기도 광주의 효종갱이 유명했는데 여기서 국을 항아리에 넣고 솜에 싸서 보내면 도성의 재상가에서 새벽 종이 울릴 때 받아 먹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배달문화는 세계적이다. 음식에서 식재료, 책과 옷, 전자제품, 가구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배달한다. 자장면이나 짬뽕, 치킨, 햄버거, 족발 등은 대개 배달로 시켜먹는다. 저녁에 주문하면 새벽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가히 '배달천국' '배달나라'라고 할 만하다.

요즘 배달비 때문에 말들이 많다. 소비자와 자영업계는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이고, 라이더들은 수년째 동결돼 힘들다며 인상을 주장한다. 배달앱 회사는 매출액이 줄어들었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분명한 것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음식 배달비가 싸게는 3000-4000원, 비싸게는 6000-1만원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달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4월 배달앱 3사의 이용자가 전년보다 11.9%(395만명)나 줄었다.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배달을 줄인 것이다.

소비자들은 택시 기본요금 3300원(대전)과 비교하며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주장한다. 가격이 비싸 감당할 수 없으면 외면하는 게 소비자의 생리다. 매출이 줄어들면 회사나 그 회사의 직원도 어려워지는 게 자본주의 경제의 철칙이다. 배달비 인상을 주도한 일부 요식업체와 배달 플랫폼회사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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