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막아버린 '강남 부촌' 놀이터…아이들 다시 뛰논다

이민하 기자 2023. 5.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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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그랑자이 아파트 입주민 간 소통으로 갈등 풀어내…GS건설 빠트린 어린이집 '옥상 놀이터' 문제 남아
방배그랑자이 전경

아이들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어린이놀이터 이용을 제한해 입주민 간 갈등을 겪었던 '강남부촌' 아파트가 단지 내 놀이터를 다시 열었다. 지난해 9월 처음 놀이터 이용 제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수 개월 만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됐다.

24일 서초구 방배그랑자이 입주민대표회의(이하 입대의) 등에 따르면 입대의는 최근 단지 내 어린이놀이터 이용과 관련해 입주민 찬반투표를 거쳐 놀이터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단지 내 어린이집 아이들뿐 아니라 주변의 외부 어린이집 아이들까지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입주민들의 결정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단지 내·외부 어린이집에서 제출한 시설 이용계획서에 따라 구분 없이 시설을 운영 중이다. 입대의 관계자는 "공동주택 관리법 절차에 따라 주민 동의율 50%를 넘겨 이용계획서를 제출받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주변에 놀이터가 없는 어린이집에도 아파트 놀이터를 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 상식선에서 갈등 해결"…GS건설 빠트린 어린이집 '옥상 놀이터' 설치 문제 남아
당초 입대의는 지난해 말까지 찬반 투표를 거쳐 해를 넘기지 않고 놀이터 이용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 선출 등 절차가 지연되고 입주민 간 갈등이 커지면서 투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단지 내 어린이놀이터는 '전면 제한'에서 인근 외부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한정해 이용을 제한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단지 내 어린이집은 입주민과 주변 지역 거주민들의 아이들이 다니는 시설이다. 입주민과 비입주민 비율은 7:3 정도다. 외부 어린이집에도 입주민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 비·입주민 비율은 반대로 3:7 정도다. 놀이터 이용이 제한된 이후 외부 어린이집 아이들은 왕복 6~8차선 차도를 건너 다른 아파트단지의 개방형 놀이터, 공원 등으로 다녀야 했다.

입주민들은 놀이터 이용 제한 논란이 해결된 데 반색하는 모습이다. 자녀가 외부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입주민은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차별 없이 안전하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털어놨다. 일부는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른 입주민은 "소수 입주민이 놀이터 이용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던 게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며 "대부분은 상식적인 선에서 아이들을 위한 해결책을 고민했고, 투표 결과도 이를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았다. 입대의는 시공사인 GS건설과 단지 내 어린이집 옥상에 전용 놀이터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입대의 등에 따르면 원래 어린이집 설계에는 옥상 놀이터가 포함됐다가 시공과정에서 변경됐다. 놀이터 논란이 생긴 것도 GS건설이 옥상 놀이터를 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입주민은 "GS건설이 원안대로 어린이집 놀이터를 설치했다면 이런 논란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린이집에 있어야 할 놀이터가 없으니 단지 내 놀이터 한 곳으로 아이들이 몰리면서 주민 갈등이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GS건설은 입대의와 시기를 조율하는 대로 어린이집 옥상 놀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어린이집 옥상에 전용 놀이터를 설치하기로 협약을 맺었지만, 단지 내 놀이터 이용 논란이 지속되면서 일정이 늦춰졌다"며 "입대의 결정에 따라 옥상 놀이터를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지역의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방배동에 자리한 방배그랑자이는 방배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하이엔드급 브랜드 '그랑자이'를 적용했다. 2021년 7월 전체 8개동, 758세대로 준공됐다. 학군, 교통 등 우수한 주변 여건이 주목받으며 한때 전용면적 84㎡가 30억원 안팎에 거래, 방배동 일대 초고가 단지로 입지를 굳혔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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