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新냉전]③"목숨걸고 하는 것"…초격차 향한 이재용의 시간

김민성 기자 2023. 5. 25. 05: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제된 메시지 넘어 '목숨'까지 언급…미중 냉전 넘을 '기술' 강조
일본과 공조는 새 무기…"원천기술 공동 개발하면 위기 극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충남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3.2.17/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숫자는 모르겠고 목숨 걸고 하는 겁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2년 중소기업인대회)

대기업 총수가 신사업 개척이나 중요한 투자 결정을 두고 직설적인 어휘를 쓰는 건 흔치 않다. 총수의 한마디는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 정제된 톤의 메시지가 나온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005930)의 총수인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도 언제나 지나칠 만큼 신중했다. "국민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혁신"(2020년 종합기술원 간담회),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2020년 신년사) 등 대부분 정제됐고 예측할 수 있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 반도체 한파에 기술 패권 경쟁…'목숨'까지 언급한 결연한 JY

그랬던 이 회장이 지난해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발표를 통해 450조원 규모 대규모 투자 약속을 한 뒤 '목숨'이란 직설적인 단어까지 사용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치열한 반도체 선두 다툼 속에서 삼성만 뒤처져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이 회장의 결연한 의지였다.

이 회장이 2019년 야심차게 대만의 TSMC를 제치고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내걸었던 당시보다 반도체 경영환경은 더 어려워졌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미세공정의 물리적 한계가 가까워지고 후발주자와 기술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한파'까지 불어닥치며 반도체 부문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적자를 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싸움에 끼인 우리나라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이 회장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또하나의 키워드는 '기술'이다. 국내 계열사뿐 아니라 해외 출장길에 다녀온 뒤엔 '기술이 곧 생존과 직결된다'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담겼다.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 회장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했다. 조부인 이병철 창업 회장이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알린 '도쿄 선언' 40주년의 전날(지난 2월7일)엔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했다.

추격자 위치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글로벌 1위를 위해선 선단 공정 기술 확보가 더욱 필수적이다. 수주 산업의 특성상 한번 수주하면 장기간 계약이 유지되는 만큼 경쟁기업보다 한발 빠른 선제 기술력이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선두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초미세공정 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특히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미세공정 라인에서 생산된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TSMC보다 앞서 제품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 '韓 생산+日 후공정' 공조 발판…미중 기술 냉전 '틈새 공략'

미중 갈등 속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인 일본과 공조는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1990년대 이전까지 세계 반도체산업 절반을 장악했던 일본과 제조·생산능력이 탁월한 우리나라가 손을 잡으면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과 일본 소부장 기업 간 공조를 강화해 반도체 공급망을 확충하기로 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3000억원을 투자해 일본 요코하마에 첨단 반도체 개발 거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엔 첨단 반도체 시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공정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일본과 협력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TSMC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신산업 분야 한·일 협력 증진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일 양국 간 경쟁우위를 활용해 원천기술을 공동 개발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생태계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m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