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손잡은 디샌티스, 트위터로 출마선언… 트럼프와 격돌

이청아 기자 2023. 5.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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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주자 인물탐구〈2〉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공화당)
‘리틀 트럼프’로 불리다 대항마로
언론 “빅마우스 머스크가 힘 될것”
반이민-반낙태 외치는 보수주의자
지난해 6월 트위터에서 ‘(차기 미국 대선에서) 누구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말했다. “디샌티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45)가 24일 오후 6시 트위터 음성 대화 플랫폼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머스크와 대화하며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미 NBC방송은 팔로어 1억4000만 명의 ‘빅마우스’ 머스크가 큰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했다. 2016년 대선과 재임 내내 기존 언론보다는 트위터를 적극 활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공화당 내 경쟁자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위터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것도 흥미롭다.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 처음 나선 디샌티스를 공식 지지했다. 이후 ‘리틀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었고 시간이 지나며 ‘뇌 있는 트럼프’로 불렸다. 이제 한때 멘토 격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일전만 남았다.

● 보수주의 가치 신봉

“정부를 ‘일일 드라마’처럼 운영하지 않겠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에서 이렇게 밝혔다. 돌출성 발언과 행동이 끊이지 않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자신은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그가 말하는 합리적 정책의 토대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다. 반(反)이민, 반낙태, 감세를 줄기차게 주장한다.

그가 전국 매스컴과 공화당 유권자 주목을 끌게 된 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마스크 착용 및 백신 접종 의무화와 록다운 정책을 고수한 데 반대하면서다. 방역보다 자유를 앞세운 그는 “정부가 개인 자유를 제한한다”며 주(州)법으로 방역 조치를 속속 해제했다. “85쪽짜리 문서와 2쪽짜리 그 요약본이 있다면 무조건 문서를 읽는다”는 그의 성격대로 “방역 강화와 코로나19 감소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많은 의학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최근 1년여는 ‘정치적 올바름’ 관련 이슈를 놓고 미디어 공룡 디즈니와 문화전쟁을 벌이며 보수층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고 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테마파크 ‘디즈니월드’를 운영하는 디즈니는 지난해 3월 플로리다 주의회가 초등학교 3학년 이하에게 동성애 같은 성정체성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법을 폐지하라”고 반발했다. 디샌티스가 1967년부터 디즈니월드에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한 주법을 폐지하겠다고 하자 디즈니는 지난달 ‘정치 보복’이라고 맞섰고 양측 간 고소전으로 번졌다. 디즈니는 이달 18일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 플로리다 신사옥 건립 계획을 취소한다”고 압박했다. 신규 일자리 2000개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22일 대통령이 되면 재선까지 성공해 현재 보수 6명, 진보 3명인 연방대법관을 보수 7명, 진보 2명으로 바꾸겠다고 밝히는 등 보수적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 명문대 졸업과 이라크전 참전

디샌티스 주지사는 1978년 플로리다 잭슨빌의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다녔고 모친은 간호사였다. 예일대에서 사학을 전공해 우등 졸업하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해군에 법무관으로 입대해 이라크전쟁에 참전했고 무공훈장도 받은 가톨릭 신자다.

2012년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3선을 한 뒤 2018년 주지사가 됐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난에도 재선에 성공해 대선 주자 위치를 굳혔다. 공화당 강경 보수 모임 ‘프리덤 코커스’에 속해 있다.

지역방송 앵커 출신인 아내 케이시(43)와 2009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해군 장교 시절 골프장에서 골프공이 담긴 바구니를 쳐다보던 케이시가 자신을 바라본다고 착각해 먼저 말을 건 것이 인연이었다.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에 나라를 위해 싸운 이력과 경험은 보수층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서 젊음은 무기로 평가된다. 그러나 열성 지지층과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까지만 해도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 이후 ‘보수 결집’ 현상으로 현재 그에게 30%포인트 안팎으로 뒤지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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