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고제 집회·시위를 허가하려는 정부, 공안통치 꿈꾸나
정부·여당이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와 출퇴근 시간의 집회·시위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고제인 집회·시위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당정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건설노조 집회와 관련해 신속 단호하게 수사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집회를 신고 단계에서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야간 문화제를 빙자한 집회나 편법·불법 집회도 법 취지에 맞게 해석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시위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지시한 강경대응 지침을 구체화한 것이다.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항은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특정 의제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여 의사 표시를 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 집회 전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당국의 보호·지원을 받기 위한 목적이지 허가를 얻자는 차원이 아니다. 심야집회나 문화제 금지도 위헌 소지가 크다.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에 집회의 시간·장소·방법·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적시했다. 법원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때에만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심지어 미신고, 신고내용 위반 등이 있어도 평화로운 집회는 해산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례다. 소음·방뇨·교통방해 등의 행위는 현행법을 적용해 처벌·시정하면 된다. 정부의 ‘허가제 구상’ 자체가 반헌법적·반민주적인 발상이다.
정부는 노동·집회 옥죄기를 노골화하고 있고, 전임 정부에서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 기관장들의 면직 절차를 밟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북한 간첩 관련 지하조직을 포착했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을 압수수색했다. 여당과 보수 언론은 현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노동자들을 악마화하는 데 혈안이 돼있고, 경찰은 시위 강제해산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독재 정권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언론을 동원하고, 사회적으로 공포와 긴장을 조성한 공안통치와 다를 바 없다.
여권의 집회·시위 제한 발상은 3권 분립의 헌법정신을 뿌리째 흔드는 ‘행정독재’이다. 국정 혼란과 민생 위기 및 민주주의 퇴행을 우려·비판·항의하는 시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꼼수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선언한 대로, 집회·시위 제한 입법을 저지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민주주의 흑역사로 남을 위헌적 발상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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