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KBO 최고는 테임즈였는데… 이제는 아니다, ‘역수출 전설’이 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4년부터 2016년까지 NC 유니폼을 입고 뛴 에릭 테임즈(37)는 KBO리그를 폭격한 역사적인 외국인 타자였다. 3년간 390경기에서 타율 0.349, 124홈런, 382타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역사적인 ‘40-40 클럽’의 문을 활짝 열었다.
테임즈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였다. 그러나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나름대로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량이 어느 정도 판단된, 그것도 부정적으로 판단된 선수였다. “통하지 않는다”는 리포트가 적혀 있을 법했다. 그런데 KBO리그에서 대활약하자 그런 리포트가 수정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꾸준하게 경기를 뛴 테임즈는 그 과정에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다시 메이저리그 도전에 준비가 된 선수임을 증명했다. 결국 테임즈의 기량을 눈여겨 본 밀워키가 3년 계약을 제안해 테임즈의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복귀가 이뤄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KBO리그행은 메이저리그 경력의 끝을 의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이상 불러주는 팀이 없는 선수가 마지막 현역을 불태울 곳으로 선택하곤 했다. 다시 돌아가 좋은 활약을 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테임즈는 달랐다. 밀워키에서 대활약하며 ‘역수출’이라는 신조어를 KBO리그에 새겼다. 이는 KBO리그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첫 시즌이 어마어마했다. 리그 홈런왕 레이스를 이끌며 대활약을 했다. 테임즈의 놀랄 만한 활약에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도핑 테스트가 이어질 정도였다. 비록 뒤로 갈수록 타율은 다소 떨어졌지만, 테임즈는 2017년 138경기에 나가 타율 0.247, 31홈런, 83타점, OPS(출루율+장티율) 0.877의 대활약을 펼쳤다. 당시 테임즈의 조정 득점 생산력은 리그 평균보다 25%나 좋았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가 집계한 당시 테임즈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2.3이었다. 1600만 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활약이었다. 테임즈는 2018년 0.5, 2019년 2.6의 WAR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3년 계약을 마무리했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외국인 선수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테임즈의 ‘역수출 신화’를 깨뜨린 선수가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SK에서 뛰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메릴 켈리(35‧애리조나)가 그 주인공이다. 메이저리그 복귀 후 테임즈의 누적 WAR(4.8)을 훌쩍 넘었다.
켈리는 SK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단 한 경기도 없던 선수였다. 당시 두꺼웠던 탬파베이의 투수 팜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SK에서 역시 많이 던지며 자신의 영역을 채워가기 시작했고, 선발로서 안정된 이닝 소화력을 보여주며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2019년 애리조나와 2+2년 계약을 했다.
켈리 또한 애리조나의 5선발로 시작했으나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연착륙에 성공했고, 그 후 한 번의 연장 계약을 거쳐 올해에 이르고 있다. 켈리는 2019년 13승, 그리고 지난해 13승을 기록하며 이제는 애리조나의 2선발로 인정받고 있다. 2019년 WAR은 1.9, 2021년은 2.3, 그리고 지난해는 3.3까지 높아졌다. 테임즈의 ‘KBO 출신 외국인 선수’ 단일 시즌 최고 WAR 기록을 경신했다. 4년간 WAR 합산도 8.1로 테임즈보다 더 높다.
올해는 첫 10경기에서 57⅓이닝을 던지며 5승3패 평균자책점 2.98의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며 개인 최고 시즌을 경신할 기세다. 벌써 1.2의 WAR을 쌓았다. 켈리는 2년간 1800만 달러에 계약했고, 2025년은 팀 옵션이 있어 최대 3년을 더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상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WAR을 쌓으며 역수출 신화를 마무리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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