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동료 인종차별 공격에 방어나선 호주 ABC방송 직원들

이규화 2023. 5. 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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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지상파 방송 ABC(호주방송공사)의 원주민 진행자가 방송 중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직원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지난 22일부터 시위와 의견 피력에 나섰습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ABC 직원들은 최근 이 방송사의 유명 프로그램 'Q+A'의 호스트에서 물러난 유명한 원주민 방송인 스탠 그랜트(Stan Grant)를 지원하기 위해 부분 파업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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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공격을 받은 원주민 언론인 스탠 그랜트를 지원하기 위해 ABC(호주방송공사) 직원과 지지자들이 지난 22일 시드니의 ABC 사무실에 모여 집회를 갖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호주의 지상파 방송 ABC(호주방송공사)의 원주민 진행자가 방송 중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직원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지난 22일부터 시위와 의견 피력에 나섰습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ABC 직원들은 최근 이 방송사의 유명 프로그램 'Q+A'의 호스트에서 물러난 유명한 원주민 방송인 스탠 그랜트(Stan Grant)를 지원하기 위해 부분 파업을 벌였습니다. 그랜트는 이달 초 찰스 3세의 대관식 중계를 하면서 "왕관은 우리 땅의 침략과 약탈을 나타낸다"며 영국이 호주대륙을 식민지화하면서 원주민에 가한 박해를 지적했습니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파문은 의외로 커졌습니다. 호주 식민역사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온라인에 홍수를 이뤘습니다. 그중 많은 것들이 그랜트를 인종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원주민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하다고 두둔하는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사태가 커지자 그랜트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그의 사임 이후 또 다른 방향으로 튀었습니다. 인터넷 여론이 그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데도 ABC 방송은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최소한 시청자들의 비난을 자제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경영진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여기엔 회사 경영진에 대한 스탠 그랜트의 서운한 감정도 작용했습니다. 그는 ABC에 게재한 칼럼에서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공격 경험을 자세히 설명하고 경영진이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랜트는 자신의 말을 왜곡하고 그를 증오로 가득 찬 사람으로 묘사한 일부 언론인들도 비판했습니다. 그랜트는 자신의 발언이 불쾌감을 주었다면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했지만, 대관식에서 자신이 한 말은 '가혹한 진실'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랜트는 칼럼에서 "ABC의 그 누구도 내게 공개적으로 지지의 발언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ABC 경영진 중 어느 누구도 나에 대해 쓰거나 말한 거짓말을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우리 가족과 나는 정기적으로 인종적 조롱이나 학대를 당합니다"며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랜트는 뉴사우스웨일스 중부의 위라주리족 출신입니다. 그랜트는 40여년 경력의 저널리스트로서 다수의 상을 받았습니다. 1992년에는 호주 상업 TV에서 최초로 원주민으로서 황금 시간대 진행자가 되었습니다. 호주의 대표적 지상파 방송사인 ABC의 인기 프로그램인 'Q+A' 패널토론 쇼를 진행하고 매주 온라인 칼럼을 쓰는 유력 방송인입니다.

그랜트가 'Q+A' 진행자를 그만둔다고 발표하자 많은 미디어 업계의 동료들로부터 복귀를 기대한다는 연대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편집자 제임스 마솔라는 "인종차별적 학대의 표적이 되고, 그의 말의 진의가 잘못 전달되고 판단되는 것에 대한 스탠 그랜트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인종적 증오는 멈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동료들의 그랜트 지지 표명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침묵은 그랜트를 향한 비난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랜트와 함께한다는 집회에 참여한 ABC 직원들은 스탠 그랜트가 'Q+A' 진행자로 복귀할 것도 주장했습니다.

ABC 직원들은 시드니 본사 앞, 캔버라 국회의사당 외부, 멜버른 본사 외부에 모였습니다. 시위를 전하는 외신 사진과 영상에는 직원들과 지지자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 "스탠과 함께한다" "우리는 인종주의를 거부한다"라고 적힌 문구가 선명합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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