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평화도시 연대’ 오스나브뤼크와 제주의 평화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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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비슷한 두 도시가 있다, 독일의 오스나브뤼크와 제주다.
지리, 역사,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두 도시는 관용, 화해, 상생, 평화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연결돼 있다.
두 도시가 31일부터 새달 2일까지 열리는 제주포럼에서 '글로벌 평화도시 연대'라는 협의체로 만나 평화를 논한다.
오스나브뤼크와 제주, 이 작은 두 도시가 보여주는 것은 다름을 존중하고 화해, 상생의 정신으로 일상의 평화를 가꾸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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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고윤주
제주도 국제관계대사
다르지만 비슷한 두 도시가 있다, 독일의 오스나브뤼크와 제주다. 지리, 역사,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두 도시는 관용, 화해, 상생, 평화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연결돼 있다. 오스나브뤼크는 유럽의 30년 종교전쟁을 끝내고 관용의 정신으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고, 외교협상을 통해 새로운 근대국가 질서의 초석을 만든 ‘웨스트팔리아 조약’(1648년)을 탄생시킨 장소다. 제주는 이데올로기의 광풍에 무고하게 희생된 넋을 기리며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각인한 ‘제주4·3특별법’(2000년)의 산실이다.
두 도시가 31일부터 새달 2일까지 열리는 제주포럼에서 ‘글로벌 평화도시 연대’라는 협의체로 만나 평화를 논한다. 대단한 것을 논하는 것은 아니고, 해 왔던 것을 공유하고 함께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두 도시가 해 온 것은 평화 가꾸기다. 평화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게 하는 인프라다. 오스나브뤼크와 제주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사진전’을 함께 열었다. 러시아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전쟁의 참상을 알려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올해는 오스나브뤼크에서 두 도시의 대학생들이 모여 평화 음악회를 연다. 오스나브뤼크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작가이자 평화운동가인 레마르크의 고향으로 레마르크 평화상을 제정했고, 제주는 세계 인권과 평화증진에 기여한 인사에게 4·3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처럼 두 도시는 평화를 가꾸는 작은 일을 하면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있다.
제주포럼은 제주가 하는 또 하나의 평화 가꾸기다. 제주포럼 참석자와 청중들은 평화와 협력을 논하며 세계 평화 비전을 나누게 된다. 제주포럼에 참여하는 건축가 칼 버그만은 ‘환태평양 평화공원’(Pacific Rim Park) 회장으로 평화 소공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각 국가의 시민들이 평화공원을 만드는 작은 일을 하면서 평화라는 비전을 공감하며 서로 연계된다”고 말한다.
2001년 시작한 제주포럼은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논하는 플랫폼이다. 올해 제주포럼의 주제는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가져올 지정학적 기회와 도전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있을 것이다. 포럼이 던지는 화두인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국제규범에 기반한 경쟁을 하고 기후변화, 보건, 에너지, 식량 위기, 핵 비확산 등 글로벌 현안에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포럼에서 이러한 협력의 장애물이 무엇인지, 이러한 협력이 우리나라에 가져올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한 외교의 공간은 무엇인지 논의할 것이다.
올해는 웨스트팔리아 조약이 체결된 지 375년이 되는 해다. 제주4·3이 일어난 지도 75년이 됐다. 오스나브뤼크는 올해 200개 이상의 전시회, 음악회, 미술작품 전시 등의 이벤트로 평화의 축제를 개최해 ‘웨스트팔리아 조약’의 평화 메시지를 세계 시민과 소통할 예정이다. 제주는 4·3특별법을 통한 성공적 과거사 치유모델을 국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4·3의 역사적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 세계 시민과 함께 기억해 나가고자 노력할 것이다. 오스나브뤼크와 제주, 이 작은 두 도시가 보여주는 것은 다름을 존중하고 화해, 상생의 정신으로 일상의 평화를 가꾸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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