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하려면 사회약자 배려·복지정책 구축부터
[왜냐면] 한지연 | 정신건강사회복지사·송국클럽하우스 과장
현재 부산에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열기가 뜨겁다.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3대 메가 이벤트의 하나다. 현재 유치 후보국은 부산, 이탈리아 로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 4개국 도시가 경쟁 중이며 개최지는 11월에 결정된다. 부산이 후보국으로 선정된다면 61조원의 경제효과, 50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부산은 월드컵,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산국제영화제 등 여러 굵직한 국제 행사들을 치러본 경험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사를 충분히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국제도시로서의 타이틀과 대규모 행사를 유치할 만큼 위상이 높아지고 경쟁력을 갖춘 부산이지만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미비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 가운데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얼마 전 출근길에 휠체어를 탄 한 남성이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시도하는 것을 봤다.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저상버스가 보급돼 친숙하지만 눈앞에서 작동하는 것은 처음 봤기에 유심히 지켜봤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가 않았다. 버스 기사님이 버스 뒷문에 있는 경사로를 열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열리지 않아 결국 승객들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탄 남성은 버스에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그분과 함께 탑승한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기사님께 저상버스 예약시스템을 통해 버스 예약을 했다고 말씀드렸지만 기사님은 예약에 대한 사전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승객이 내리고 나서 기사님은 버스회사에 전화해 예약을 확인했으나 회사 쪽 대응은 시원치 않았다.
사회복지사로서 인권문제 관심이 많은 나는 우리 사회가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시정과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실태조사를 보면,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 시스템과 관련해 부산에 미흡한 점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부산광역시인권센터에서 부산지역 행정기관과 공공시설 410개 기관을 대상으로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증진시설 설치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응답한 196개 기관 가운데 편의증진시설 설치 현황 충족도 10개 문항 가운데 8개 이상 문항에 ‘예’라고 응답한 기관은 26곳(13.27%)에 불과했다. 충족도가 50% 미만으로 개선이 시급한 시설로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임산부 휴게실과 기저귀 교환대 설치, 적절한 공간 확보’, ‘이동약자 혼자서 접근이 가능한 경사로와 직원 호출 벨 설치’, ‘청각경보시스템(비상 벨), 시각경보시스템(경광등), 피난설비 설치’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동약자 혼자서 접근이 가능한 경사로와 직원 호출 벨 설치’는 시·군·구,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민간위탁사무 운영기관, 사회복지관 모두 미흡했다.
광역시 가운데 전체 인구대비 교통약자 비율이 가장 높은 부산에서 사회적 약자의 편의와 이동권은 시급한 문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동권 보장을 포함해 촘촘한 복지도시를 위해 10대 공약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시는 이러한 미비점을 보완하고 개선해서 부산시민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한 부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또 지역 시민사회와 공공기관, 중앙정부 등과 힘을 합쳐 실생활에 제대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확대는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편리함으로 연결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행사가 열리면 개최국이 열악한 시설이나 부실한 음식 등으로 참가국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곤 한다. 키 큰 선수에게 작은 침대를 제공하고, 냉난방 시설이 없는 등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있다. 그 뉴스를 보면서 그 정도가 그 나라의 역량이며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람회가 아니더라도 부산은 이미 관광도시로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다. 그들은 부산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할까? 무엇보다 부산의 수준과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잘 갖춰진 인프라와 화려한 볼거리로 세계인의 눈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복지정책으로 세계인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따뜻한 도시 부산이 되길 바란다. 사회안전망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예산을 늘리고,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편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세계가 인정하는 도시 부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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