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분열시키는 ‘도서관 전쟁’ …“11명이 1000건 넘게 민원 신청한 결과”
LGBTQ 도서 ‘성적 콘텐츠’라며 퇴출 요구
열성 활동가 11명이 1000건 이상 신청
미국에서 갈수록 격화되는 이념전쟁으로 학교 및 공공도서관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정 도서를 학교도서관 서가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는 ‘북챌린지 운동’이 최근 몇년 간 거세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의 한 교육구에서 2021년 흑인 소년이 백인이 다수인 학교로 진학해 겪는 인종적 고뇌와 갈등을 다룬 제리 크래프트의 청소년 소설 <뉴 키드>와 <클래스 액트>가 한때 퇴출된 것이 단적인 일이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등 흑인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담고 있는 책 역시 퇴출 압력을 받고 있다. 도서관의 금서 전쟁은 미국 사회 분열의 깊이를 더욱 파놓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을 이념전쟁으로 몰아넣은 ‘북챌린지’ 운동이 소수의 사람이 주도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관련 책이 주된 대상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2021~2022학년도 153개 학군에 제출된 도서 이의제기 신청 자료를 요청한 결과 37개 주 100개 이상의 학교에서 총 2506쪽달하는 1065건의 불만 사항을 받았다고 밝혔다.
WP는 분석 결과 이의신청이 제기된 도서의 43%는 등장인물로 성소수자(LGBTQ)가 등장하거나 관련된 주제를 다룬 책이었다고 전했다. 36%는 유색인종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인종 및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는 책이었다. 퇴출 요구 사유로는 ‘성적인 콘텐츠’(61%)라는 점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전미도서관협회 자료에 따르면 성소수자 관련한 도서 이의신청은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에는 전체의 1~3% 미만이었다. 이 수치는 2018년 16%, 2020년 20%, 2022년 45.5%로 증가했다. 유타, 아이오와 등 공화당 집권 주에서 성소수자 관련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 같은 성소수자 관련 도서를 겨냥한 이의신청이 급증했다고 WP는 전했다.
이의신청을 한 사람들의 20%가 제목이 레즈비언, 게이, 퀴어, 양성애자,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또는 논바이너리(여성 혹은 남성으로 구분할 수 없는 성 정체성)의 삶을 묘사하기 때문에 서가에서 제거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북챌린지에 동참한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나 성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WP는 1000개 이상의 도서 이의신청이 11명에 의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각 자신의 학군에서 10개 이상의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한 사람이 92개의 이의를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도서 이의신청자의 6%에 해당하는 11명이 제기한 총 이의신청은 전체 신청 건수의 60%를 차지했다. 북챌린지 운동을 부추기는 전문 조직의 조력을 받아 이의신청을 한 경우도 있었다. 북챌린지 운동이 극단적인 소수 의견을 과잉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표로 삼고 있는 책에 대해 어디서 들었는지를 명시한 198명의 이의신청자 중 51%가 뉴스 보도를 통해 제목을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30%는 다른 학부모에게서 책 제목을 들었다고 말했다. 11%는 해당 학군에서 교실에서 또는 추천 도서로 책을 제공했다고 말했고 8%는 자녀가 자발적으로 책을 집으로 가져왔다고 보고했다고 WP는 전했다.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2201211521391&code=117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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