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대학축제와 대중문화
계절의 여왕 5월은 대학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1980년대나 1990년대 대학을 다녔던 부모 세대에겐 낯선 풍경이지만 요즘 대학 축제는 연예인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축제 시즌이 되면 '○○대학 축제 라인업'이 주요 검색어가 되고, 축제에 등장하는 연예인 수준으로 대학 간 비교도 이뤄진다. 올해도 아이브, 에스파, 있지 등 아이돌 그룹부터 싸이, 이효리, 장기하까지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출연진이 각 대학 축제 무대에 올랐다.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만큼 티켓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제한된 공간과 안전상의 이유로 원하는 모든 학생이 공연을 관람할 수 없기 때문에, 축제 주최 측은 다양한 방법으로 티켓을 배부한다. 재학생들에게 선착순으로 티켓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외부인에게 유료로 티켓을 판매하는 학교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을 밀어내고 외부인이 공연장을 차지해 말썽이 되기도 한다. 웃돈을 얹어 티켓을 팔고 사려는 수요가 형성돼 암표도 성행한다. 학생회비를 낸 학생들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해 반발을 산 대학도 있다.
대부분 대학이 축제 예산 중 상당액을 연예인 섭외비에 사용하면서, 섭외 비용과 티켓 배분 내역을 공개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도 거세다. 이를 이유로 총학생회 탄핵을 추진하는 학교도 있다. 학교 지원이나 학생회비 사용 없이 공연 티켓을 유료로 판매하는 대학도 있다.
이런저런 구설이 매년 반복되면서 대학 축제의 주인공이 학생이 아니라 연예인이 되어버렸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티켓이 공정하게 배분되고, 회계만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면 색안경을 끼고 볼 일만은 아니다.
민주화 운동과 함께 형성된 대학 문화와 학생 간 결속력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학에 가야만 즐길 수 있는 대학 문화라는 게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 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도 사라졌다. 좋아하는 연예인 공연을 즐기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은 지금의 대학생들이 축제를 즐기는 방식일 뿐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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