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하는 시대···인간들은 뭘 하게 될까

이윤정 기자 2023. 5.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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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E> 포스터.

인류가 떠난 황폐화된 지구의 700년 후 모습을 상상한 영화 <월-E>(2008)는 인공지능과(AI)과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로봇이 인간의 모든 일을 대신하는 거대한 우주선 안에서 사람들은 이동식 침대에 앉아 모니터 화면 속 영상을 보고, 게임이나 가상체험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침대 아래로 내려올 필요조차 없어 비만이 된 사람들은 더이상 인류가 직면한 문제나 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우주선 안팎의 대소사를 관리하고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인간이 아닌, AI다.

공상과학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챗GPT처럼 사람과 대화하듯 묻고 답하는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은 ‘AI가 대다수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가까운 미래로 느끼게 만들었다. BBC,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AI가 어떻게 노동시장을 바꿀지, 사람들은 고도화된 AI 세계 속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등에 대해 소개했다.

BBC는 노동자들이 AI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31개국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의 49%는 ‘AI가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AI에 최대한 많은 업무를 위임할 것’이라고 답변한 노동자 비율도 70%에 달했다. AI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언젠가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도화된 AI는 다수의 화이트칼라 직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AI는 인터넷상의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답변을 내놓는다. 저널리즘, 마케팅, 회계, 코딩 등 데이터를 기반한 업무 대부분이 AI의 영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I 전문가 리처드 드비어는 “향후 5년 안에 챗GPT가 전체 노동인구의 20%를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유로존의 직업 중 3분의 2가 AI로 자동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작업량은 적게는 25%, 많게는 절반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고도화된 AI 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스포츠, 예술, 게임, 로맨스, 육아, 교육, 정치 등의 분야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만이 도전할 수 있는 스포츠와 예술 외에도 상호교류가 필요한 돌봄 영역과 정치 분야는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어서다.

<로봇의 법칙> 저자인 마틴 포드는 “창의적인 직업이라도 그래픽 디자인 분야는 쉽게 AI로 교체될 수 있다”며 “그러나 정교한 대인 관계를 필요로 하는 간호사나 현장 기자,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전문 기술이 필요한 전기 기술자 등은 AI 시대에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AI시대에 오히려 더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실제로 전 세계 비디오 게임 이용자 수가 지난해 32억명에 달해 10년 전보다 거의 두 배가 됐다고 설명했다. 생계를 위해 전문적으로 스트리밍을 하는 게이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AI가 모든 일을 대체하는 미래가 생각보다 먼 미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정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일자리가 사라질 때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동 전화 교환 시스템은 1892년에 발명됐지만, 20세기 중반까지 미 회사에 고용된 전화 교환원은 35만명에 달했다. 현재도 AI상담 기술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각국 지하철과 기차 운영도 사실상 대부분 자동으로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열차 운전사가 존재한다. 금융 기관도 AI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하거나 저소득층을 차별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전면 AI 도입을 꺼리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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