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문화의 다양성을 느껴봐요

2023. 5. 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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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친해지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상대와 비슷한 취미를 가졌다면 좋겠지만 그보다 필요한 건 관심 아닐까. 어릴 적, 난 꽤 호기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 살다 보니 그런 기회들이 생겨났다. 해외에 살거나 출장, 여행을 다니면서 또는 모임을 통해 다양한 외국인과 만났다. 그렇지만, 막상 생각만큼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 건 아니었다. 지식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물론 언어 탓도 없잖았겠지만, 중요한 건, 그 나라 문화를 잘 몰랐던 데 있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아프리카 주간을 알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 21일부터 27일 ‘문화다양성 주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또 5월 31일까지는 외교부 주최로 ‘2023 아프리카 주간’ 행사도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기도 하며, 아일랜드(40주년), 인도네시아 및 인도(50주년), 영국(140주년), 캐나다(60주년) 등 여러 국가와 맺은 수교가 기념되는 해이다. 게다가 우리 모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염원하고 있어서일까. 좀 더 세계가 가깝게 느껴진다. 

문화다양성에 관련한 도서를 구매할 수 있다.(출처=교보문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K-컬처의 새로운 5년’을 담은 제2차 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문화다양성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참여 주체를 대학, 민간기업, 연구기관 등으로 넓히고 문화다양성 확산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화다양성 확산사업은 2012년부터 펼쳐 왔으며 이번 문화다양성 주간에도 개최된다. 그중 구로문화재단에서 문화다양성 확산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2023 문화다양성 주간 특별전 ‘집 떠난 사람들’ 전시를 보고 왔다. 

문화다양성 주간 특별전 ‘집 떠난 사람들’.

전시는 얼핏 보면 평범한 사진전 같았다. 각자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을 들고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다. 밑에는 사진의 주인공이 거쳐 간 지역들이 무작위로 적혀 있었다. 사진 속에는 저마다의 궤적들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은 어떨까.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문화다양성 주간 특별전시를 맡은 김은지 담당자, 김감수 작가, 박동찬 기획자.(왼쪽부터)

전시 기획자 이야기 

“우리나라에 이주민이 얼마나 살까요?”

전시를 기획한 박동찬 씨는 먼저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인구의 5%인 250만 명이 거주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훨씬 더 많았겠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공감을 받았을까요.”

그는 보통 이주민을 협소하게 정의를 하지만, 고향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동찬 씨는 이주민 인권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이란 어떤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 같단다. “다문화가 인종이나 국적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문화다양성은 좀 더 포괄적으로 생활 형태라든가 또 장애 여부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시민 모델들과 이야기도 나눴는데요. 울산 출신이신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울산은 태화강이 있는 생태 친화적인 곳인데, 많은 사람이 산업도시로만 알고 있다고요.” 

전시는 인종, 출신 대신 이동에 초점을 맞춰, 우리 모두 이주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또 이런 메시지 속에서 한국에 사는 이주 노동자와 이주민에 관한 공감대도 도출해내지 않을까 싶은 바람도 담았다. 

태극기와 아일랜드 국기. 올해는 한국과 아일랜드 수교 40주년이다.

“이런 말 한국에서는 잘 안 쓰잖아요. 총총, 이향.”

그는 작품 중 한 청소년이 쓴 시를 보며 설명했다. 제목이 ‘이향’이라는 시였다. 중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따라 두 나라에서 살다 보니, 시 속에 자연히 두 나라 표현이 녹아있었다. 

“이들에게 잠재된 가능성을 보면 좋겠어요. 보통은 그런 점에 주목하는 대신 다문화 청소년들을 굉장히 수동적이고 취약한 계층으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사진 촬영자 이야기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룬 ‘네모의 꿈’.

“외려 저는 한곳에서만 살아왔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주해본 적이 없었죠.” 

사진을 촬영한 김감구 작가는 웃으며 말했다. 사진을 찍으며 많은 사람이 다른 경험을 하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더불어 과연 문화다양성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문화란 개념도 광범위한데 다양성을 붙이니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시 작업을 통해 개념보다는 감정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체감하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전시 담당자 이야기

구로문화재단에서 문화다양성 확산사업으로 상영한 영화 ‘미나리’.

“저는 문화다양성 확산사업을 맡고 있어 익숙하지만, 문화다양성이란 말이 많은 사람에게 좀 낯설지 않나 싶어요. 문화다양성 주간에는 일상에서 존재하는 문화다양성을 좀 더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전시 외에도 5월 24일은 영화 ‘미나리’를 상영하고 포럼을 여는 등 행사들을 진행하고요. 문화다양성 주간이 지나도 문화다양성 확산사업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구로문화재단 김은지 담당자는 문화다양성을 ‘개개인의 고유성’ 정도라고 생각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자(나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문화다양성은 상대와의 포용 같다. 지금껏 만났던 대부분의 외국인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스페인 어느 역에선 한 할머니와 자리를 놓고 실랑이를 하다가, 내가 유일하게 아는 스페인 말인 ‘아미고(Amigo)’로 친구가 됐다. 그러자 내게 주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들어, 열정적으로 여행에 필요한 스페인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세안 사람들도 그렇다. 각 나라마다 종교가 다양하지만 고유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아세안으로 협력하는 걸 보면 참 멋지다. 

아프리카 주간을 알리는 배너가 홍대입구에 휘날리고 있다.

갈수록 문화가 더 세분화 되는 듯싶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연령이나 관심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미처 몰랐던 새롭고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포용하는 건, 삶을 넓혀줄 또 다른 힘 같다.

푸른 나무에 걸린 만국기. 우린 얼마나 많은 나라를 알고 있을까.

문화다양성 주간이다. 이 한 주를 계기로 좀 더 관점의 폭을 넓혀 보자. 종로문화재단에서는 올해 말까지 온라인으로 문화다양성에 관한 영화를 상영한다. 또 우연히 교보문고에 접속해보니 여기서도 작가가 추천하는 문화다양성에 관련한 책을 선정해 놓았다. 전국 행사는 물론 이벤트도 있으니 문화다양성 주간 누리집을 참고해 참여해보자. 이외에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아프리카 주간 행사도 흥미롭게 즐겨보길 추천한다. 

같은 날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문화 축제가 펼쳐졌다.

돌이켜보면, 상대의 문화(혹은 생각)를 몰라 오해로 마무리된 일들이 떠오른다. 우리가 다른 문화를 공감한다면, 누군가 역시 우리를 더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까. 진정한 관계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화다양성 주간 누리집 : https://diversityweek2023.com/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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