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 포워드 천국된 KCC, 높이 농구 부활할까?
전주 KCC는 꽤 오랫동안 높이 문제로 고생해왔다. 주전급 토종 빅맨같은 경우 워낙 희소성있는 자원인지라 그렇다치더라도 포워드진의 신장이 낮은 이유가 컸다. 이를 커버하기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가드진의 물량공세로 대적해보기도 했으나 갈수록 평균 신장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통하기 힘든 방법이었다.
때문에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이뤄졌던 이승현(31‧197cm) 영입은 KCC팬들 사이에서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상대편 토종 파워포워드에게 수시로 공략당했던 4번 포지션에서 버티어줄 수 있는 주전 선수가 드디어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승현의 존재로 인해 다음 시즌 돌아올 송교창(27‧201.3cm)이 무리해서 파워포워드로 오랜시간 뛰지않아도 된다는점 또한 플러스 효과였다.
거기에 더해 이번 FA시장에서 최준용(29‧200.2cm)을 데려오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승현이 4번, 송교창이 3번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최준용은 1~4번이 모두 커버가능한 국내 최고 수준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거기에 주전급으로는 아쉽지만 백업 포워드로 쏠쏠한 김상규(34‧ 201cm)도 있다.
KCC 역사상 이렇게 많은 장신 포워드진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질에 양까지 두터워졌다. 포워드 한둘이 부상으로 빠지더라도 어느 정도 높이가 유지될 수 있는 라인업 형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늘 미스매치로 고생해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상대팀을 미스매치로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예전에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이전까지 KCC가 높이농구로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던 시절은 '빅터팬' 하승진(221cm)이 신인으로 막 들어왔을 때였다. 당시 팀내에는 이미 '골리앗' 서장훈(34·207㎝)이 버티고 있었던지라 순수 주전급 토종 센터만 2명을 보유한 팀이 됐다. 당시 허재 감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외국인선수마저 마이카 브랜드(207cm)-브라이언 하퍼(203.4cm)를 데려와 평균신장 2m가 넘는 주전 라인업을 꿈꿨다. 식스맨 또한 정훈(197cm)이 중용됐다. 평균 신장만 놓고보면 역대 최고라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KCC의 초장신 라인업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하퍼는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조기퇴출됐고 하승진과 서장훈은 동선이 겹치는 것은 물론 두선수 모두 기동력에서 문제가 심각해 동시 기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공격이야 어떻게한다해도 수비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물론 하승진과 서장훈의 중첩문제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 있다. 여기에 대해 서장훈은 “베테랑으로서 팀을 위해 후배를 성장시키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바있지만 작심삼일에 그치고말았다. 출장시간이 줄어들기 무섭게 서장훈의 멘탈은 붕괴되고 말았고 태업논란까지 일으키며 팀을 위기에 빠트린다.
결국 서장훈이 원하는데로 트레이드를 시켜주고 반대급부로 강병현을 데려오면서 KCC는 반등에 성공한다. 농구에서 높이가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만 조화가 되지않으면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대표적 예다. 특히 공간 농구가 중요시되는 최근 트랜드에서는 기동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의 동시기용은 불가능한 조합이 되고말았다.
하지만 현재의 KCC는 다르다. 송교창, 이승현, 최준용 등은 기동력에 문제가 없으며 BQ와 슈팅능력을 겸비한 선수들이다. 송교창, 최준용 등은 스피드가 강점인 선수들이며 상대적으로 느린 이승현 또한 빠르지않다 뿐이지 약점으로 지적될 정도는 아니다. 주전선수들의 건강문제, 최준용의 멘탈이슈가 변수일뿐 동시기용에 전혀 문제는 없다. 라건아(34‧200.5cm) 또한 뛰는 농구에 강점이 많은 선수다.
물론 메인 볼핸들러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다. 전체 선수의 절반 가량이 가드일 정도로 후보군은 많지만 안정적으로 1번을 소화해줄 선수는 아직 없다. 기존 선수가운데 각성자가 나오거나 아시아쿼터제를 활용하는 대안 등이 거론되는 이유다. 라건아의 노쇠화를 감안했을 때 외국인가드 영입은 지나친 모험수가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허웅(30‧185cm)이 주전 1번을 맡을 공산도 크다. 공격형 가드인 점을 감안했을 때 많은 역할을 하기보다는 볼운반 정도만 주로하고 패싱센스가 좋은 최준용이 링커로서 볼을 돌려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송교창 또한 볼핸들링이 좋아서 볼운반을 도와줄 수 있다. 오랫동안 높이 문제로 고생해온 KCC가 새로운 날개를 펼치고 정상을 향해 날아오를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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