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성의 허브車]포람페보다 멋진데…‘하차감 제왕’ 포니, 왜건·쿠페·픽업 多 있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조부 정주영 선대회장의 유산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지난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에서 공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 이후 49년 만이다.
복원 작업에는 포니 디자인을 담당했던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그의 아들인 파브리지오 주지아로가 함께했다. 정 회장과 주지아로는 각자의 길에서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간 셈이다.
포니는 수많은 ‘최초(1호)’ 타이틀로 한국 자동차 산업 역사를 새로 썼다. 국산차 최초 고유 모델이자 한국 최초 수출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성공하면 타는 아빠車로 대접받았다. 마이카 시대도 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포니하면 차량 뒤쪽이 사선처럼 비스듬한 패스트백을 떠올리지만 국산차 최초로 해치백, 픽업트럭, 왜건에 이어 쿠페 등 가지치기 모델로 선보였다.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덕분이다. 차종은 하나지만 다양한 버전으로 내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춤 저격’하면서 비용도 절감하는 ‘멀티플레이 전략’이다
이번에 복원된 포니 쿠페는 자동차 브랜드의 기술과 디자인의 결정체인 콘셉트카이기도 하다. 역시 국산 콘셉트카 1호다. 현대차가 포니로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셈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디자인 거장인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끄는 카로체리아(자동차 공방)인 이탈디자인에 디자인을 맡긴다.
당시 자동차 브랜드 대부분은 현재처럼 직접 신차를 디자인하지 않고 이탈리아 거장 디자이너의 손을 빌려 해결했다. ‘용병’을 쓴 셈이다. 현대차뿐 아니라 대우차도 마찬가지였다.
미쓰비시 랜서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포니는 미쓰비시의 1238cc 가솔린 엔진과 4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최고출력은 80마력, 최대토크는 10.6kg.m다. 전장x전폭x전고는 3970x1558x1360mm이고 휠베이스는 2340mm다.
현대차는 1974년 고유모델 차명을 공모했다. 당시 전국에서 6만여통에 달하는 공모 엽서가 올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차명은 수출을 감안해 조랑말이라는 의미의 ‘포니’로 결정됐다. 차명에 어울리는 조랑말 엠블럼도 적용했다.
해치백 스타일의 포니는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니로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세계 언론과 자동차 업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현대차는 1974년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해치백)를 선보이면서 동시에 포니 쿠페도 개발했다.
포니처럼 이탈디자인이 디자인한 포니 쿠페는 당시 유행했던 쐐기형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했다. 1974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토리노 모터쇼에 출품돼 현대차를 알리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국산 최초 픽업도 포니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현대차는 가지치기 모델인 포니 픽업을 1977년 선보였다. 포니 픽업은 현재 국내에서 몸값 비싼 ‘클래식카’ 대접을 받고 있다.
포니 픽업 이후 국산 픽업 대표주자 자리는 쌍용차(현 KG모빌리티) ‘스포츠’ 시리즈로 넘어갔다.
포니는 1979년 왜건으로도 출시됐다. 국산차 최초의 왜건이다. 신진 퍼블리카와 기아 K303 왜건이 그전에 등장했지만 각각 도요타와 마쓰다 모델을 가져와 조립 생산했기에 국산 왜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포니 왜건 이후 경찰 순찰차로 사용한 현대 스텔라 왜건, 기아 크레도스 파크타운도 등장했다.
포니2는 1985년 후속 모델인 전륜구동 포니엑셀이 나온 뒤에도 병행 생산됐다. 승용 모델은 1988년 단종 됐지만 택시 모델과 픽업 모델은 1990년까지 생산됐다. 포니는 1976년부터 1990년까지 국내에서 48만여대 팔렸다. 수출대수는 26만여대다.
택시운전사에서는 택시기사 태술(배우 유해진)의 차로 등장했다. 당시 택시의 양대 산맥은 포니와 브리사다. 브리사는 주인공 김만섭(배우 송강호)의 택시로 나왔다.
포니는 요즘에는 ‘하차감 제왕’으로 여겨진다. 돈 있다고 법인 있다고 살 수 있는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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