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19년 프로 커리어 끝, ‘돼브론’ 김동욱의 마지막 인사 “‘농구선수 김동욱’이 있었다는 것, 기억만 해주셔도 감사해”
“‘농구선수’ 김동욱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만 해주셔도 감사하다.”
2005 KBL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7순위, 마산고-고려대 시절 ‘천재’로 평가받은 김동욱의 프로 시작은 초라했다. 그러나 프로에서의 시작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무려 19년 동안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치며 그 누구보다 오래 코트에 있었다.
김동욱은 올해 KBL FA가 됐다. 그러나 은퇴를 선택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 여전히 코트 위에선 가장 위협적인 선수이지만 그 역시 마지막을 결정할 시간을 외면할 수 없었다.
1981년생, 한국 나이로 43세다. 은퇴설이 돌고 있는 NBA의 르브론 제임스보다 무려 3살이나 많다. 그러나 김동욱은 여전히 최고의 센스를 갖췄으며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선수다. 그의 은퇴 결정에 많은 이가 아쉬워하기도 했다. 오리온 시절 그를 지도한 추일승 감독은 “5년은 더 뛰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할 정도.
김동욱은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어디 계약이 됐는데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온갖 추측이 있더라(웃음). 은퇴라고 계속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믿지를 않는다. 기사가 나가면 믿을 텐데 아무것도 없으니”라며 웃음 지었다.
그러면서 “가족에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뛰었으니 시원섭섭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잘 안 다치고 잘 마무리한 것에 감사한 게 크다”며 “사실 결정할 때는 눈물도 조금 나오더라. 학생 선수 때부터 한 우물만 30년 넘게 판 것이니 쉽게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도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욱의 농구 인생은 파도와 같았다. ‘천재’라고 평가받던 시절, ‘게으른 천재’라고 혹평받은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돼브론’으로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마지막에는 ‘농구 도사’로서 프로 커리어를 끝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의 농구 센스, BQ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 김동욱은 결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김동욱은 “요즘 어린 선수들을 보면 나보다 더 나은 친구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사실 나도 처음부터 패스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센스가 좋지도 않았다. 내 위에 있는 선배들을 보고 배웠고 다른 팀에 있는 잘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공부했다”며 “코트 위에서의 내 역할이 아니었음에도 패스를 몇 번씩 하다가 감독님들한테 혼날 때도 있었다(웃음). 혼나더라도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동료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으며 패스 타이밍이나 요령이 생긴다. 나는 그렇게 농구에 대한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감독에게는 패스, 문태종에게는 슈팅 등 김동욱은 점점 진화했다. 그렇게 완전체가 된 그는 결국 2015-16시즌 추일승표 ‘포워드 농구’의 에이스로서 우승을 이끌었다. 공격에선 미스 매치를 만들어 상대를 요리했고 수비에선 포워드, 빅맨 가리지 않고 막아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선 故안드레 에밋과 하승진을 차례로 봉쇄, 우승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해냈다.
이후 ‘친정’ 삼성으로의 복귀, 다음에는 kt로 이적 등 여전히 높은 가치를 자랑한 김동욱이었다. 그리고 은퇴를 결정하면서 2005년부터 이어온 19년 프로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동욱은 “솔직히 말하면 내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 건 조금 민망할 것 같다. 그저 ‘농구 선수’ 김동욱이 있었다는 걸 기억만 해주셔도 감사할 것 같다”며 “‘돼브론’은 그래도 기분 좋다(웃음). 르브론 제임스가 최고의 선수인데 그와 비교해서 나를 불러주는 건 엄청난 칭찬이다. 한국의 르브론이라는 뜻 아닌가. 물론 조금 뚱뚱하니까 ‘돼브론’인 것 같은데 내게는 최고의 별명이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은퇴 결정 후 김동욱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그는 “농구를 워낙 좋아하고 또 사랑했으니 지금까지 뛸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걸 후배들에게 잘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서 노력해볼 생각이다”라며 “지도자의 길을 걸을 기회가 당장 없겠지만 기다리다 보면 있을 것이고 또 그 길을 걷고 싶다. 그동안 잘 준비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물론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만큼 지금은 천천히 준비하면서 아이들의 운전기사 역할을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동욱은 오랜 시간 자신만을 바라본 가족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아내가 나와 10년 넘게 살면서 뒷바라지를 잘해줬다. 고맙다. 부모님께도 감사하다. 신체 건강하게 잘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지금까지 뛸 수 있었다”며 “아이들이 예체능의 길을 걷게 됐다. 첫째(딸)가 한국 무용을 시작했다. 둘째(아들)는 농구를 한다고 하더라(웃음). 아내가 남편 뒷바라지를 이제 끝냈는데 아이들이 모두 예체능이다 보니…. 앞으로 고생이 많을 것 같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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