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가 ‘화란’에 ‘노 개런티’로 출연한 이유

최민지 기자 2023. 5. 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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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란>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송중기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해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화란>은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순제작비는 40억원대 초반으로, 100억원대 영화가 즐비한 최근 한국영화계에선 저예산 영화에 속한다. 신예 홍사빈이 원톱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에 지난해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스타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송중기가 조연으로 출연한다. 의외의 선택이다. 23일(현지시간) 칸 중심가 한 호텔에서 만난 송중기는 “불확실한 것에 도전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성공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내 자신이 재미있는 일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본능적으로 알았어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걸요(웃음). 그래도 영화가 너무 괜찮았어요. 지하 원룸에 ‘찐득찐득’한 껌이 붙은 느낌이 좋았달까요. 그래서 ‘나는 돈 안 받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화란> 속 송중기는 폭력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 역할을 맡았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연규(홍사빈)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손을 내민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 내내 송중기는 신이 나 있었다. 다음날 열리는 프리미어 시사의 설렘을 위해 일부러 영화도 미리 보지 않았다고 했다. 송중기는 “몇 달 전 헝가리에서 영화 ‘로기완’을 촬영하고 있는데, ‘화란’ 제작사 대표님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라 무슨 큰 일이이라도 난 줄 알고 바로 전화 했더니 ‘칸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기분이 너무 좋아서 슬픈 장면 연기에 집중이 안됐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칸에 ‘촌놈’이 온 거잖아요. 영광이기도 하고, 저희 영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 너무 좋죠.”

‘화란’은 가정 폭력으로 얼룩진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다.

영화 ‘화란’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송중기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해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어두운 영화를 늘 해보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작품 중 밝은 인물을 연기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 이미지가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만 제 안에는 치건과 같은 서늘한 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 송중기는 이 영화를 통해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치건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해 생의 의지를 잃어버린 인물이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연규에게 연민을 느껴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이로 인해 연규를 조직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조직 안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인물이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망설임 없이 폭력을 쓴다. 그 폭력의 수위가 낮지 않다.

치건을 연기하며 송중기는 ‘숨이 트이는’ 경험을 했다. 흥행에 대한 압박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했다고도 했다. “주연 배우들은 항상 흥행의 부담을 갖고 지내요. 지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관객 입장에서 ‘화란’은 숨이 안 쉬어지는 영화일 수 있지만 저는 이 영화를 만나 숨이 트였습니다.”

왼쪽부터 영화 <화란>의 배우 송중기, 김형서(비비), 홍사빈.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송중기는 주·조연 여부에 관계 없이 도전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는 “역할의 경중은 상관 없다”며 “새로운 것을 찾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화란’ 말고도 여러 도전을 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결혼·임신 소식을 동시에 알리며 공개한 아내도 이런 생각에 영향을 줬다. 그의 아내는 영국 배우 출신인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다.

“아내와 (일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유럽이나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이미 그렇게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도 그런 선배님들이 많고요. 저도 그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여러 차례 칸에 왔던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는 만삭의 몸으로 이번에도 칸에 동행했다. 송중기는 “솔직히 말하면 온 신경이 곧 나올 아기한테 가 있다. 영화제 일정을 후딱 끝내고 싶은 마음”이라며 웃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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