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김태리, 뿔난 팬심 되돌릴까[스경X초점]

이다원 기자 2023. 5. 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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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ㅣ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김태리가 고개를 숙였다. ‘열정페이’의 동의어인 ‘재능 기부’로 구인공고를 올렸다가 역풍을 맞은 뒤 하루만에 직접 사과를 했다. “그 무엇보다 지금은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과문을 적은 그는 뿔난 팬심을 되돌릴 수 있을까.

김태리는 23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든 말에 앞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마음 불편했을 모든 이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많은 이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와 조심스러운 마음에 늦어지게 됐다”며 “이번 일로 저에게 실망했을 사람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쓴다”는 문장으로 사과글을 시작했다.

배우 김태리,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그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브이로그를 기획하게 되었고 촬영, 편집, 영어 자막 번역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나라 팬들이 각국의 자막 요청을 해줬고, 팬들이 자국의 언어로 된 자막으로 영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저와 팬들이 함께 무엇인가를 완성해 본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만 집중하게 되어 마음이 앞선 행동을 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에 있어 조심성 있게 다가갔어야 했는데, 명백히 제 생각이 부족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절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재능 기부라는 형식으로 다가갔으면 안 됐다. 분명한 잘못이며 제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이 반성한다. 저의 짧은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마음 불편했을 모든 이에게 죄송하다”며 공고에 지원한 이들에겐 한 명, 한 명 사과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훌륭한 연기력으로 호감과 인지도를 쌓아오던 김태리였기에, 그의 ‘재능 기부 구인’ 논란은 여파가 더욱 컸다. 앞서 김태리는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에 외국어 자막을 번역해줄 사람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구한다고 글을 올렸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 해당 지원자 메일 또는 아이디를 자막 말미에 넣어주겠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삽시간에 화제가 됐고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팬심을 이용하여 노동력을 공짜로 착취하려고 한다며 비난이 일었다. 트위터 등지에서는 김태리의 발언을 성토하는 게시글들이 줄을 이었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김태리는 문제가 된 글을 삭제 조치했지만, 상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김태리가 SNS에 올린 사과문 캡쳐.



첫 진화에 나선 건 김태리 자신이 아닌 소속사였다. 매니지먼트 mmm 측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김태리 브이로그의 모든 시리즈 영상물은 광고를 포함한 그 어떠한 부분에서도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있다. 김태리가 브이로그 ‘거기가 어딘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현재 진행하는 영어 자막까지 오직 팬분들을 위한 마음 하나였다”고 설명하면서도 “다양한 언어 자막 번역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것 역시 더 많은 해외팬들이 영상을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이러한 마음과는 다르게 저희의 부족함으로 다수에게 불편함을 주게 돼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자칫 변명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누리꾼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상 노동 착취가 정당화되느냐’는 따가운 질타도 이어졌다. 또한 ‘실언을 한 건 김태리인데, 왜 소속사 뒤에 숨느냐’며 불편한 시선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하루가 넘도록 계속 회자될 정도로 뜨거운 이슈였다. 그의 차기작 SBS ‘악귀’에 대한 기대감마저 떨어진다는 반응도 있었다.

결국 김태리가 직접 등판해 사과했다. ‘재능 기부’란 말에 담긴 사회적 함의를 미처 통감하지 못한 잘못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늦은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성난 팬심을 인지하고 직접 결자해지에 나선 셈이다. 한 글자, 한 글자 고민 끝에 적었을 그의 진심은 싸늘해진 대중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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