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물 덜 빠졌나? "말끝마다 자존심이, 하지만…" 日 언론의 비판, 그리고 숨은 노력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말끝마다 현역 메이저리거 특유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트레버 바우어는 지난 2021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경력이 완전히 단절됐다. SNS를 통해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때문이다. 바우어는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결국 불기소됐고, 324경기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194경기로 줄이는데 성공했으나, LA 다저스가 인연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른 구단들도 바우어에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를 희망했던 바우어는 미국에서 뛸 수 없게 되자 아시아 무대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1년 300만 달러(약 40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일본으로 향하게 됐다. 2020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의 입성 소식에 일본 열도는 그야말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상으로 인해 1군 데뷔전이 미뤄졌지만, 바우어가 2군에서 투구수를 늘리고 실전 감각을 되찾는 과정에서의 열기도 엄청났다. 바우어의 등판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고, 온라인 중계 또한 동시 접속자가 7만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리고 데뷔 첫 1군 등판인 히로시마 도요 카프전에서 7이닝 9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할 때까지의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하지만 뜨겁던 열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바우어의 잇따른 부진 때문. 바우어는 지난 9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동안 7실점(6자책)으로 부진하더니, 지난 16일 다시 만난 히로시마에게 '참교육'을 당했다. 바우어는 2이닝 동안 무려 8피안타(1피홈런)을 내주는 등 7실점(7자책)으로 충격적인 결과를 남겼다.
바우어는 히로시마전이 끝난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컨디션적으로는 올 시즌 최고의 상태였다. 컨트롤도 좋았다. 하지만 2루타 2개와 홈런은 모두 볼에서 나왔다. 이런 의미에서 불운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우라 다이스케 감독은 "스피드가 다가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고, 결국 바우어는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의 등판은 나쁘지 않았다. 바우어는 지난 21일 치바롯데 마린스 2군과 맞대결에서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불안한 스타트를 끊는 듯했으나, 6이닝 동안 투구수 97구, 8피안타(1피홈런) 10탈삼진 1실점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단 조정을 마친 바우어는 곧 1군 무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23일 "바우어가 이번에는 진가를 발휘할까, 아니면 사상 전무후무한 평판에 그칠 것인가"라며 "23일 경기가 끝난 뒤 미우라 감독에게 '공이 높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의식했느냐고 묻자 바우어는 약간 아연실색했다"고 언급하며 바우어의 '태도'를 짚는 시간을 가졌다.
매체에 따르면 바우어는 "높다는 말을 들었는데, 의도가 있어서 높게 던졌다. 오늘은 낮게 던지는 것에 몰두했다기보다는 낮게 던진 공이 좋았다"며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퀵모션에 대해서는 "나는 퀵모션과 세트포지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뛰더라도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주자가) 뛰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쿄스포츠'는 "말끝마다 현역 메이저리거 특유의 자존심이 느껴진다"고 바우어의 행동을 비판했다.
언론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메이저리거 시절의 물이 빠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일본 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 '도쿄스포츠'에 의하면 바우어와 2군 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포수는 "높은 공보다 낮은 공을 의식해서 던지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낮게, 낮게 의식했다. 코스나 구종 등 평소보다 내가 더 사인을 냈다"고 말했다.
'도쿄스포츠'는 "바우어는 스스로는 밝히지 않지만, 일본 야구를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 일본 선수들의 지식을 빌려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며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는 비판했지만, 숨은 노력은 높게 평가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트레버 바우어. 사진 =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SNS 캡처]-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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