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없었다! 편견의 장벽 무너뜨린 할리 베일리의 ‘인어공주’, 황홀한 수중세계와 OST는 덤[SS무비]

조은별 2023. 5.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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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포스터.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탐스러운 붉은 머리와 백옥같은 피부. 198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제작된 이래 34년간 대중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인어공주’와 작별을 고할 때가 왔다. 레게 스타일로 땋은 머리카락과 구릿빛 피부, 호기심 어린 갈색 눈빛을 지닌 흑인 인어공주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채비를 마쳤다.

24일 개봉하는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며 흑인 가수 겸 연기자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디즈니가 무리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느라 ‘인어공주’ 이미지에 맞지 않는 유색인종 배우를 캐스팅했다며 “내가 알던 에리얼이 아니다(#Not my ariel)’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온라인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려는 우려일 뿐이다. 할리 베일리의 ‘인어공주’는 좋은 배우는 피부색이 아닌 연기로 증명한다는 걸 입증했다. 여기에 눈부시게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이 구현한 환상적인 수중세계와 귀를 황홀하게 만드는 OST, 애니메이션의 재해석이 더해지며 볼거리, 들을 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흑인 인어공주의 유색인종 언니들, 흑인 왕비에게 입양된 왕자까지 풍성한 서사의 재해석


영화 ‘인어공주’ 스틸.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편견의 장벽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무너진다. 깊은 바닷속을 유려하게 헤엄치는 할리 베일리는 모험심 강하고 주체적인 인어공주 에리얼로 분해 관객을 135분간의 바다여행으로 이끈다.

영화는 익히 알던 인어공주의 스토리에서 출발한다.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 분)의 막내딸 에리얼은 아버지가 금지한 바다 너머 인간들의 세상을 갈망한다.

그의 취미는 난파선에서 망원경이나 포크 같은 인간의 용품을 수집하는 것. 폭풍우로 조난당한 인간 세계의 에릭왕자 (조나 하우어 킹 분)를 구해준 에리얼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사악한 바다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 분)와 거래로 다리를 얻고 육지로 나아가게 된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할리 베일리의 반짝이는 눈빛 연기다. 금지된 인간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인어공주의 강한 염원이 그의 눈빛을 통해 구현되며 할리 베일리만의 에리얼로 완성됐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주제가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를 가창하는 장면은 감탄만 나온다. 관객을 설득하는 건 그의 외모가 아닌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연기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흑인 에리얼과 더불어 에리얼의 여섯 언니들도 다양한 인종으로 그려진 게 눈에 띈다. 애니메이션에서 모두 백인 인어공주로 그려진 것과 달리 실사에서는 에리얼을 비롯한 일곱 인어공주가 7대륙의 바다를 상징하는 설정이다. 동서양 각지의 인어들이 제각각 개성을 뽐낸다.

에리얼이 반하는 에릭왕자의 서사도 흥미롭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단순히 왕국의 왕자로 표현됐지만 영화에서는 흑인 왕비에게 입양돼 늘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인물로 그려졌다. 에릭은 왕족으로서 편안한 삶과 의무보다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걸 꿈꾸며 바다 위에서 물물을 교환하는 무역상으로 재능까지 보여준다. 21세기 왕자다운 설정이다.

눈과 귀가 황홀하다! 한편의 아쿠아뮤직쇼 방불케하는 ‘언더 더 시’와 OST의 향연



영화 ‘인어공주’ 스틸. 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형형색색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수중세계다. ‘인어공주’를 상징하는 대표곡 ‘언더 더 시’(Under the sea)의 리듬에 맞춰 온갖 바다 생명체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다.

어두운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황홀한 아쿠아 뮤직쇼는 관객의 시선을 한동안 아틀란티카에 붙든다. 플라운더(제이콥 트렘블레이 분), 세바스찬(다비드 디그스 분)과 스커틀(아콰피나 분) 등 에리얼의 바다친구들이 펼치는 감초 연기도 극에 윤활유를 더한다.

특히 세바스찬의 활약은 눈부시다. 사랑에 빠진 두 금쪽이 에리얼과 에릭을 걱정하는 충신으로서 톡톡히 활약한다.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 연기도 극의 몰입감을 더하고, 사악한 바다 마녀 울슐라의 카리스마는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후반부의 재해석은 마블 영화 못지 않다. 원작의 인어언니들의 우애 대신 트라이튼의 짙은 부성애가 강조됐다. 딸을 가진 아빠라면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쿠키는 없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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