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잠’으로 칸 찾은 이선균 “스스로 ‘마이너하다’고 생각했다”[인터뷰]

최민지 기자 2023. 5. 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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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 <잠> 두 편의 영화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이선균. CJ ENM 제공



배우 이선균은 스스로를 ‘마이너하다’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파스타’ 같은 멜로드라마의 셰프, ‘기생충’의 ‘박사장’, ‘킬링 로맨스’의 ‘조나단 나’까지 더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이선균이지만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 같은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엔 출연한 적이 없었다.

“저에게 이런 장르의 대작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어요(웃음). 스스로 ‘안 어울린다’고 단정지은 면이 있었어요. 하지만 주어진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대본을 받아보니 정말 잘 만들어져 있었죠.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탈출’은 22일(현지시간) 제76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선보였다. 전세계에서 온 관객들은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서까지 자리를 지키며 영화에 몰입했다. 영화 막바지 ‘사이다’ 장면에선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의 7일차인 22일(현지시간)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김태곤 감독과 출연진(김희원, 이선균, 주지훈), 제작을 맡은 김용화 감독(왼쪽부터)이 레드카펫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CJ ENM 제공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에 처한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과 ‘신과함께’ 시리즈 김용화 감독이 각각 연출과 제작을 맡았다. 이선균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이자 유력 대권 후보 정현백(김태우)의 오른팔인 주인공 ‘차정원’ 역을 연기했다. 유학을 떠나는 딸 경민(김수안)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 최악의 재난 상황에 처한다.

‘탈출’이 이선균에게 도전이었던 또다른 이유는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각특수효과(VFX)였다. 뛰어난 VFX는 대교의 붕괴 등 재난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관객들은 완성된 화면을 보지만 배우들은 없는 존재를 있다고 가정한 채 연기해야 한다. 이날 칸 중심가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상상에 맡겨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많이 어색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영화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특수효과와 친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앞으로 대작이든 아니든 특수효과가 들어간 영화가 많아질 거잖아요. 배우들끼리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외부 풍경과의 유대나 관계 맺기 역시 중요하죠. 또하나의 ‘관계 맺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로 공식 포토콜에 참석한 배우 이선균. CJ ENM 제공



이번 칸영화제에서 이선균은 ‘가장 바쁜 영화인’이었다. 21일에는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잠’으로도 관객과 만났다. ‘잠’에서 이선균은 냉정한 공무원 차정원과는 딴판인 인물 ‘현수’를 연기한다. 신혼 부부 현수와 아내 수진(정유미)의 평화로운 일상은 현수가 수면 중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며 공포로 바뀐다. 이선균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어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기이한 행동으로 가족들의 두려움이 대상이 되는 현수를 통해 영화 속 긴장을 내내 끌고 간다.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얼굴을 13시간 간격으로, 그것도 세계 최고 영화 축제인 프랑스 칸에서 선보였다. 이선균은 그저 겸손했다. “(칸 레드카펫에 서는) 아마 마지막이지 않을까요(웃음). 하지만 너무 좋아요.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요. 영화가 끝난 뒤 박수를 받을 때는 참 벅차고요. 이런 경험 자체가 큰 행운이죠.”

이번 영화제에는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두 아들도 동행했다. 이선균이 가족과 함께 칸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선균은 첫째가 스릴러 ‘잠’을 본 뒤 무서워서 “아빠 나빠”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액션이 많은 ‘탈출’을 보고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줄 만큼 재미있다”고 반색했다고 전했다.

“완성본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현실감 있게 잘 나온 것 같아요. 좀비물 ‘부산행’을 잇는 재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기시감이 들 순 있겠지만, 재난 영화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점을 배치해 겪는 기시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애들 반응이 궁금했는데, 중고등학생들한테도 먹힐 장점이 충분히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영화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 관계자와 칸영화제 관계자들이 22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칸에서 공식 포토콜 행사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곤 감독, 김희원 배우,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쥰 부집행위원장, 이선균 배우, 주지훈 배우. CJ ENM 제공



요즘 이선균은 한국 영화 산업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관객이 극장을 찾게 만들지 고민하게 됐다. 그는 “극장에서 볼 영화와 집에서 볼 영화를 구분짓는 현상을 깨기 위해서는 촬영 당시부터 관심도를 높이는 등의 여러 전략이 필요하다”며 “배우도 같이 고민해야 문제”라고 했다.

‘탈출’의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배급사인 CJ ENM는 올해 하반기 중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영화가 첫 스타트를 좋은 곳에서 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에요. 이 좋은 기운을 가지고 한국에 가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포스터. CJ ENM 제공



칸 |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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