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억 먹튀, 알고 보니 고집 불통이었다? 냉정하게 해고된 이유 있었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매디슨 범가너(34)와 애리조나의 인연은 비극적으로 끝났다. 남긴 성적도 비극이었고, 투자 효율도 비극적이었고, 내부에서의 관계도 썩 좋지 않았던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직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한 범가너의 이미지도 흠집이 갔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23일(한국시간) 범가너가 애리조나에서 뛰던 시절 프런트 오피스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디 애슬레틱’은 범가너와 프런트 오피스가 투구의 문제 해결을 놓고 대립했으며 이 관계는 끝내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비극적인 방출로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이자 리그의 대표적인 ‘가을 사나이’로 명성을 날린 범가너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5년 8500만 달러(약 1122억 원)에 계약하며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애리조나는 범가너가 팀의 에이스로 로테이션을 이끌며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범가너는 시작부터 무너지며 단 한 번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범가너는 2020년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48로 부진한 것을 시작으로 애리조나에서의 3년 반 동안 6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23에 머물렀다. 연간 2000만 달러 가까이를 받는 선수에게 기대한 숫자는 당연히 아니었다. 올해도 첫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26으로 부진했다. 그러자 애리조나가 칼을 빼들었다. 계약이 1년 반, 남은 금액이 3400만 달러에 이르는 범가너를 그냥 방출해 버린 것이다. 충격적인 조치였다.
‘디 애슬레틱’은 이 파격적인 결정의 배경에는 양자의 신뢰가 깨진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갈등의 시작은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범가너는 2020년 초반 부진하다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비교적 좋은 투구를 했다. 당시 비결을 묻는 현지 언론에 범가너는 “팀이 제공하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피하는 것”이라고 답하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디 애슬레틱’은 그 인터뷰 이후부터 범가너와 프런트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시작됐다고 봤다. 실제 범가너와 애리조나의 투수 전력 분석 담당자인 댄 해런은 이 발언을 놓고 불편한 감정을 주고받았고, 결국 대화가 단절됐다. ‘디 애슬레틱’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 “그 사건 이후 양자는 끝까지 다시 대화를 하지 않았다”면서 심각한 갈등이었다고 소개했다.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범가너가 변화에 인색했다는 게 ‘디 애슬레틱’의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애리조나 프런트는 범가너에게 투구 판을 밟는 위치부터 시작해 투구 구종 조합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변화를 권유했다. 성적이 떨어지고 있고 쉽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범가너는 프런트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떨어진 구속에 더 신경을 썼고, 원래 구속을 찾는 데 집착했다는 게 ‘디 애슬레틱’의 보도 골자다. ‘디 애슬레틱’은 ‘그가 예전의 투수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결국 범가너는 프런트뿐만 아니라 2022년 7월 코칭스태프와도 비슷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애리조나 조직 내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판단한 애리조나는 2023년 시즌 초반에도 범가너가 반등하지 못하자 미련 없이 정리했다. 남은 계약 기간 1년 반을 더 채우려다 오히려 팀 분위기만 해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범가너가 아직도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범가너는 한 달째 ‘백수’ 상태다. 잔여 연봉인 3400만 달러를 애리조나가 모두 지불하기에 범가너가 필요한 팀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만 지불하면 된다. 금전적인 부담이 없다. 하지만 아무도 범가너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 떨어진 기량에, 이런 독불장군에 대한 스토리가 타 팀에도 널리 알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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