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이 추격하기는 너무 버거운 사나이인가… '전설' 소환한 역대급 선수 출현 예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초반 번개 같은 스피드로 도루 개수를 차곡차곡 쌓아가던 배지환(24‧피츠버그)은 최근 도루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14도루에서 한동안 멈춰 있다. 14호 도루를 성공시킨 뒤에는 오히려 실패가 많다.
배지환이 잘 뛰는 선수라는 점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투수들이 슬라이드 스텝을 빨리 하고 있다. 여기에 3루 도루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2루 견제도 많아지고 있고, 포수들도 더 빨리 준비하고 있다. 발에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하는 배지환이 도루에 있어 한 번 벽에 부딪혔다고 볼 수 있다. 전략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게 필요하다.
그 사이 1위권에 있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6‧애틀랜타)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쿠냐 주니어는 차곡차곡 도루를 성공해 23일(한국시간) 현재 19개의 도루로 내셔널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배지환과 5개 차이다.
사실 도루 개수만 놓고 보면 배지환이 아쿠냐 주니어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아쿠냐 주니어는 팀의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다. 아직은 유틸리티 플레이어에 가까운 배지환보다는 당연히 출전 시간이 많고, 출루 기회도 많으며, 도루를 할 수 있는 상황도 많다.
그런데 아쿠냐 주니어의 대단한 활약은 사실 도루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도루 성공은 물론, 타격 전 지표에서 고른 성적을 내며 메이저리그 순위표를 리드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 아쿠냐 주니어는 배지환과 도루왕 경쟁자가 아닌, 메이저리그 역사에 도전하고 있는 선수다.
아쿠냐 주니어는 23일 현재 시즌 47경기에 나가 타율 0.342, 11홈런, 27타점, 1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28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0.430, 장타율은 0.598이다. 출루와 장타 모두가 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여기에 주루와 수비에서도 공헌하고 있다. ‘만능’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현재 아쿠냐 주니어는 내셔널리그에서 OPS와 도루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OPS는 보통 장타자들이 유리하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기록인데, 장타를 많이 터뜨릴수록 장타율에서 큰 이득을 봐 이 비율을 높이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타를 많이 치는 선수는 대다수가 걸음이 빠르지는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봐도 이 기록이 힘들다는 것이 잘 나타난다. 1920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OPS와 도루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선수는 딱 두 명뿐이다. 1957년과 1958년 윌리 메이스(당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1990년 리키 핸더슨(당시 오클랜드)다. 가장 근래 이 기록을 달성한 핸더슨은 65도루와 OPS 1.016을 기록한 바 있다. 아쿠냐 주니어는 역대 세 번째로 이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자다.
2018년 애틀랜타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아쿠냐 주니어는 5툴 플레이어로 큰 각광을 받았다. 2018년 돌풍을 일으키며 신인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156경기에서 타율 0.280, 41홈런, 101타점, OPS 0.883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5위에 오름과 동시에 첫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그러나 2021년 시즌 중 무릎 부상을 당해 이탈했고, 2022년 119경기에서는 공격 생산력이 떨어진 모습으로 우려를 모았다. 워낙 운동 능력이 좋고 여기에 기인하는 활약이 많았기 때문에 무릎 십자 인대 부상으로 선수 경력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대활약하며 이런 시선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있다.
팀 에이스인 스펜서 스트라이더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 인터뷰에서 “내가 봤던 선수 중에서 그가 최고의 선수”라면서 “그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재 게임에서 최고의 선수이자, 그와 한 팀이라는 게 기쁠 뿐”이라고 했다. 아쿠냐 주니어가 개인 첫 MVP에 도전하는 가운데, 배지환을 비롯한 경쟁자들이 그의 도루 타이틀을 저지할 수 있을지도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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