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아재도 탐나네"…기술 집약체 안마의자 써봤더니
디스크, 협착증 등 치료목적 견인 기능 탑재
매출 감소에도 연구비 249억…신제품에 진심
의자에 앉자마자 체형에 맞춰 기기가 몸을 감싼다. 목과 허리 부분에 닿은 에어백의 공기가 차오르자 기분 좋은 묵직한 압박감이 전해졌다. 곧이어 허리디스크 견인치료 모드가 시작되자 다리 부분이 스르륵 내려간다. 마치 사람이 다리를 잡아당겨주는 것 같다. 동시에 허리도 젖혀지기 시작한다. 척추가 곧게 펴지는 느낌이다. 시원함과 함께 절로 탄성이 나온다.
여기저기 쭈그려 앉을 일이 많은 기자는 항상 허리가 아프다. 서른 중반에 접어드니 전에 없던 거북목도 생겼다. 나이 든 사람만 찾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들리는 안마의자 얘기에 솔깃해진다. 마침 최근 바디프랜드는 허리 통증에 효과가 있다는 안마의자를 출시했다. 수백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 공을 들였다. 바디프랜드 도곡 라운지를 찾아 직접 '메디컬 팬텀'을 체험해 봤다.
견인치료가 뭐야
메디컬 팬텀은 바디프랜드가 2년 만에 선보인 의료기기용 안마의자다. 지난 2021년 '팬텀 메디컬 케어'를 선보인 이후 두 번째 제품이다. 마사지만 하지 않고 목·척추의 '견인치료' 기능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견인치료란 특수 기기를 사용해 척추를 잡아당겨 디스크로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 주변 근육·인대의 이완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는 게 핵심이다.
메디컬 팬텀도 같은 원리다. 목과 허리를 받치는 에어백에 공기를 주입해 팽창과 수축을 반복, 척추 사이의 간격을 넓히는 원리로 작동된다. 이를 통해 허리와 목 디스크, 퇴행성 협착증 등 치료목적 견인과 근육통 완화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능적 효과도 인증받았다. 메디컬 팬텀은 앞선 '팬텀 메디컬 케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BSI)으로부터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인 'ISO 13485'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외관상 특징은 일반 안마의자와 큰 차이가 없다. 머리 부분에 붙어있는 목 견인기 정도가 다른 부분이다. 반전은 마사지다. 견인치료의 허리디스크 모드가 시작되자 일반 의자와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신체를 고정해주는 에어백에 공기가 들어가자 요추의 상하 신체 부위(어깨, 골반, 종아리)가 단단히 고정되어 의자와 한 몸이 된듯했다. '내 몸이 평소 이렇게 뻣뻣했나'는 생각을 했다.
특히 하체의 에어백이 종아리를 단단히 붙들었다. 이후 두 다리가 아래쪽으로 쭉 당겨지기 시작했다. 흡사 침대에 누운 채 안마사가 천천히 다리 부분을 담아 당겨주는 느낌이다. 허리가 완만한 C 모양으로 곧게 휘며 닫혀있던 가슴이 활짝 펴졌다. 그동안 전신 마사지용 모듈은 적당한 강도로 몸의 각 부위를 누르듯 두드렸다. 처음엔 아팠지만 점점 시원한 느낌이 커져갔다.
밀착감과 부드러움
메디컬 팬텀은 마사지 의료 기능이 모드로 세분화되어 있다. 크게 '견인치료', '근육통완화' 두 가지로 나뉜다. 견인치료는 허리디스크, 허리협착증, 목디스크, 목협착증 등 부위에 따라 분류했다. 근육통완화는 PEMF목, PEMF허리, 허벅지자극 등 부위별 모드뿐 아니라 CEO케어, 수험생케어 등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모드를 갖고 있다. 총 19개의 메디컬 모드가 탑재됐다.
근육통 완화 기능 역시 백미였다. 체압에 조절되는 에어백의 수축 팽창으로 밀착감과 부드러운 마사지감이 있었다. 온열마사지를 키면 몸에 일정한 열도 가해진다. 기자는 평소 여름에도 손발이 찬 편인데 10분 가량 마사지를 받고 나니 손발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현장 관계자는 "의료용 펄스 전자기장인 PEMF을 등이 탑재되어 신체의 혈류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타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안마를 받으면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휴식 모드였다. 내부 삽입 노래와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평소 즐겨듣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생리통 완화에 도움을 주는 퀸즈모드, 한쪽 방향으로만 체중을 실어 스윙하는 골프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된 골프모드도 눈에 띄었다. 상황에 따라 모드를 설정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연구개발에 '진심'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메디컬 팬텀의 가격은 500만원 초반대다. 치료 효과가 아닌 마사지만을 중시한다면 다른 중저가 제품을 택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 이외에도 둔감한 체질이라면 내부 기능들에 대한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런 단점에도 디스크 집중 케어가 필요하다면 고민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느꼈다.
디스크 등 '근본적' 질환 치료 효과에 대한 데이터도 아직 없다. 현장 관계자는 "복수의 의료기관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앞서 출시했던 메디컬 팬텀 케어는 지난해 말 긍정적 임상 결과가 나온 바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효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구매를 결정한다면 이런 점들을 유의 깊게 살펴야 한다.
한편 메디컬 팬텀은 지난달 23일 첫 출시 이후 10일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대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00억원을 넘겼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일 판매량이 1041대에 달했다. 바디프랜드는 현재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사업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제품의 70~80%를 의료기기화된 제품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기술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사업을 확장 시킨다는 구상이다.
실제 연구개발(R&D)에 투자도 늘리고 있다. 현재 바디프랜드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3.1%(2020년), 4.0%(2021년), 4.8%(2022년) 등으로 증가세다. 매출이 줄었던 지난해에도 연구개발비에만 249억원을 쏟아부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5월 들어 메디컬 패텀 제품이 전체 매출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홈 헬스케어 플랫폼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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