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윤석열 정부 '중국 때리기'에서 유턴?
<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며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한미일 결속을 주도하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방송에서 "중국도 현안에 대해 한국, 일본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 양자 간 전략 대화를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중의 우려와는 달리 낙관하는 분위기가 읽혀집니다. 하지만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하는 분야의 장관들은 훨씬 절박해 보입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에서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곧 중국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탈중국을 선언한 적도,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중 무역적자가 7개월째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탈중국은 없다"고 공언한 셈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한층 적극적입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일본에 치우쳤던 외교 방향을 이제 중국과 대화를 통해 경제와 북핵 문제 등을 풀어가야 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기류는 윤 대통령이 그간 중국을 향해 쏟아냈던 발언과는 결이 다릅니다. 윤 대통령은 4월 국빈 방미를 앞두고 외신과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해 중국의 반발을 샀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여당 지도부와 만찬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때 '혼밥' 논란을 거론하며 "전 정부에서 친중 행보를 했지만, 돌아온 게 뭐냐"고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외교 정책을 비판하며 또다시 '중국 때리기'에 나선 셈입니다.
미국 중심의 윤 대통령 가치외교, 각계 우려 목소리
윤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잇따르자 각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경제계에선 중국 지도부가 사드 사태 때처럼 경제보복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중국 당국이 한국에 경제·무역과 관련한 비공식적인 규제 조치를 가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22일에는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원활하지 않자 중국 당국이 한국 포털사이트에 대한 현지 접속을 차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런 상황에서 나온 안보∙경제 책임자들의 발언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한미, 한일 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 등 한미일 결속 강화 행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경시했던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신호라는 해석입니다. 외교안보 라인에선 한중 고위급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실무협의를 가동시켰습니다. 22일 서울에서 양국 외교부 국장이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대와 달리 중국 측에선 그다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만 한 차례 했을 뿐 아직 대면회담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이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미온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대미 밀착 행보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좀 더 추이를 지켜보며 소통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외교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이념에 기초한 가치외교가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워 미국과 초밀착하면서 이로 인해 야기될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역대 경제관료 30여 명은 최근 기획재정부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거세지는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미국 등 동맹국과 가치를 공유하되, 중국과도 경제적 실리를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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